“죽어버릴 거야!”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니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할거니?”
대선이 가까워 오자 선배가 어떤 이를 대통령으로 찍을 거냐며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내게
누구를 찍으라고 말해 주며 묻는 말에 한 대답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질문을 하다니.
적어도 그 선배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만약에라는 가정을 하고 묻는 질문이라도 그렇지,
그런 질문을 받는 순간 약간 섭섭하기까지 했다.
어릴 적부터 골수 야당만을 고집하며 우리나라는 물론이오,
미테랑이 어떻고, 고르바쵸프가 어떻고, 하면서 세계 정치까지 두루 간섭하는 아버님 때문에,
머리깨나 아팠던 기억이 정치에 관한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만들어 버렸다.
집안에 한명의 장관과 5 선까지 한 국회의원이 있어서
새벽부터 아침 잠을 깨며 손님들이 들끓을 땐 정말이지 미치는지 알았다.
꿈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며 공론들을 하는 그들을 보며,
절대로 저런 망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결심했었던 각오가 좀처럼 가셔지질 않는다.
그들이 기실 이땅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국엔 가산을 탕진하는 걸로 막을 내렸다.
게다가 정치범으로 이어져 수 많은 친지들이 수난을 당해
지금까지도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케스팅이 잘 안되어 자꾸만 딜레이되는 촬영이 짜증이 나기도 하고,
대선에 맞춰서 개봉을해야 하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한 것 같다.
지금 촬영 직전에 있는 작품이 하필이면 정치 풍자 코메디라서 별 관심도 없는 정치 얘기를 걍~ 한번 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이 그놈일거라는 선입견을 불식시켜 줄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 해 본다.
정말이지 만약이 아니라 만약에 만약의 할애비래도 대통령이 된다면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은 없다.
그 전에 이미 대통령이 될 일이 없으니까.
되고싶다고 해도 찍어 줄 사람도 없겠지만.
쩝!
* 혹시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군대를 가는 대신 영화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내 한표를 깨끗하게 던져 줄 용의는 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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