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베에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Op 73, E♭장조. 황제(Emperor) 를 들었다.
한 때는 휘파람으로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미쳐서 들었었는데
하도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감회가 새로운 반면 다소 생경했다.
황제!
제목처럼 1악장은 장중하게 시작되고, 2악장은 부드럽게 시작하고, 3악장은 장중하게 끝나는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2악장을 무지 좋아한다. –문맥이 이상하군-
오늘 병원엘 갔다.
병원에 갔더니 환자들이 많았다.
병원이라는 곳을 자발적으로 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아파도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치과를 빼고 처음 가 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병 문안, 촬영 이런 것도 빼고…….
늘 그런 식이었다.
몸이 불덩이처럼 펄펄 끓고 콧구멍에서 단내가 나도 쌍화탕으로 버티면서 이불 뒤집어 쓰고
땀 한 번 쫙 빼면 금방 낫곤 해서 어떤 식으로 아파도 다 버티기 작전으로 밀고 나가는 타입이었다.
접수하고 어쩌고 저쩌고 올라가라 내려가라 기타등등.
아무튼 병원이 복잡한 곳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
그 동안 무지 건강하게 살았다는 것이 엄청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지금도 딱히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다.
다만 왼쪽 손가락 세 개가 저리고 못 쓸 뿐이다.
이 증세가 있었던 것은 8년 전부터였다.
그러나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저냥 넘어가다가 심해져서 한방 치료를 받고 2년 전에 다 나았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다시 재발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게으른 관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야 병원엘 갔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신경을 썼더니 피곤했는지 차례를 기다리며 한시간 남짓 복도 의자에 앉아 졸았다.
각 진료실 앞마다 줄줄이 앉아서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환자들과 환자라는 동류항으로 묶여 앉아 있는 기분이 왠지 서글퍼졌다.
나이 먹는다는 것을 이렇게 확인한다는 것이 참!참!참!
무엇보다 혼자서 다니는 이들이 없었고
모두 보호자를 대동하고 다니는 모습들이 눈에 띄어 더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혼자 온 환자들도 있었을텐데 그들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하여간 모든 처음은 다 어색하다.
복도를 오가는 의사들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들이 뭘 하는지 궁금했다.
물론 치료를 하겠지만…구체적으로는 몰랐다.
의사라는 직업은 거의 황제 칭호를 받을 만큼 사회에서 우대 받는 직업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는 그리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날이면 날마다 아픈 사람들만 대하는 그들의 직업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머리는 새집을 지어 가지고 복도를 오가는 피곤에 지친 의사들의 얼굴에서도
확실히 황제칭호를 받아야 할 만큼의 직업은 아니라는 사실을 역력히 읽어 낼 수 있었다.
갑자기 의사들이 안쓰럽다는 안 해도 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차례가 되어 들어 갔다.
어디가 아프냐고…….
여기가 이렇다고…….
망치(?)로 손과 팔 여기저기를 두드려 보고 주물러 보고…….
의사이기 이전에 외간 남자한테 손 맡기고 있는 기분 ???이 어색했다.
그 때, 혹시 손으로 일하는 직업이냐고 묻는 의사.
아니 손으로 일 안 하는 직업도 있나?
어리둥절하게 있으니까 “예를 들어 미싱 일이라던가? “라고 되물었다.
“아니요? 한다면 글을 쓰는데요?”
“아~~ 왼손잡이세요?”
헉~~ “예?”
“아니 왼손으로 글을 쓰시냐고요?”
“아닌데…컴퓨터…”
“아! 예!”
참!참!참!
저것도 질문이라고 하는지…….
따박따박 대답하는 나도 우습다.
음… 의사들이 이렇게 일하는구나!!!
맹인, 코끼리 구경한 기분이다.
뭐라고 뭐라고 쓴 종이 들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엑스레이 찍고…….
결과 나오는 날 받아 오고…….
약 사고…….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의연하려 해도 자꾸만 걱정이 된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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