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형체에 얽매이다.
덥다.
여름이니까 더우려니…… 하고 생각을 해 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리라.
가끔씩, 아주 가끔씩 혹해질 때가 있다.
무엇에 혹해진다는 것.
무서운 일이다.
게다가 형체가 없는 것일수록 더 그렇다.
무엇일까? 생각해 보지만 생각할수록 더 알 수가 없다.
아니 알 수가 없다기 보다 알고 싶지가 않다.
짐작 되는 느낌을 부정하고자 하는 내부의 강력한 에너지와,
갈망하는 에너지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굉음이 가슴속 곳곳을 휘젖고 다니면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떠날 수 밖에.
지난 6개월을 작업에 매달린 게 헛꿈이 돼버린 지금
진실이 아닌 관대함으로 가장한 용납 할 수 없는 나의 얼굴을
자꾸 내가 아닌 것 같아 거울을 볼 수 조차 없다.
가슴에 박힌 상처를 삭힐 수 없어 술을 마셔 보지만 몸만 축나고
미천하나마 영혼을 살게 해 줄 육체에 대한 모반인 것 같아 그것 마저 쉽지 않다.
이놈의 맘 다스리기는 언제쯤 쉬워질는지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 웃고 인사하며 속 좋은 사람처럼 보여지는 사실도 싫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허접쓰레기 같은 사고는 정말이지 죽어도,
죽는 한이 있어도 안하고 싶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나는 지금 실연을 당한 것이다.
소년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밤마다 끌어 안고,
형체를 만들어 영혼을 불어 넣어주고 살 집을 만들어 주기까지
무형의 것들과 싸워 왔는데 씨팔, 정말 이건 확실히 씨팔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었는지.
아무리 용서하려 해도 용서가 안 된다.
특히 마음이 약해서 말도 못하고 끙끙 앓으면서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자신을 더 용서 할 수가 없다.
너무 애정을 줬나 하고 되물어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 무형의 사람들에게 형체를 만들어 주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사랑을 줬는데.
나를 다 주고도 다 준 것 같지 않아 양이 안 차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침잠 되어 있을 것 같다.
나침반을 좌우로 놓고 있어도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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