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엑스트라가 되던 날.

monomomo 2005. 5. 31. 19:27

 

 

와...우리나라.

개인 종합 소득세 자진신고 마지막 날이라서 세무서엘 갔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신고를 하기 위해 서류를 들고 민원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컴퓨터로 작성을 해야 한단다.

아이디를 만들고 기타등등.

할머니를 앞에 두고 한참을 설명하는 민원실 직원.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 할머니에겐 난감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복잡 다난한 과정을 거쳐서 인터넷으로 신청하기 위해 또 다른 장소로 갔다.

그런데 거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했다.

오늘 안에 끝날 것 같지 않는 긴 행렬을 보고 언제하나 고민을 하다가

집에서도 가능한가 물어 봤더니 묻는 사람마다 그 답이 다르다.

어쩌란 말인가?

되나 안되나 알아 보기 위해 아는 아이에게 전화를 해서 방법을 알아 놓으라고 했더니 그러마고 하던 아이 다시 전화 와서 하는 말.

"그거 하기 위해서 뭔 다운 받아야 할 프로그램이 오백만개는 되네요"

중지를 시키고 기다리기로했다.

시간이 흘러 내 차례가 오긴 왔다.

옆에서 돕던 세무서 직원 왈.

"분류를 어찌하죠?"

"프로듀서요"

" 그런 거 없는데요? 영화사니까...이거...엑스트라로 분류 할까요?"

"아니요. 프로듀서라니깐요"

"그럼 감독으로 할까요?"

"참내, 프로듀서요"

"아...여기 보세요. 없네요. 그런 분류는...그냥 엑스트라로 하시죠! 세금이 제일 적은 거..."

"맘대로 하세요"

그 직원은 씩 웃으며 날 졸지에 엑스트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씁쓸했다.

엑스트라가 되서가 아니라 세무신고 분류에도 없는 직업이라서.

 

 

일을 마친 뒤 시장을 한바퀴 돌고 콩물을 사서 집으로 왔다.

 

오면서 내내 드는 생각 하나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컴퓨터가 만일 문제가 생기면 저많은 자료들은 어떻게 될까?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는 할머니

찾을 금액에다가 쓰기를 <전부>

이걸 본 은행직원

 "할머니 이렇게 써오시면 안되요"

이에 미안했던 할머니 다시 쓰기를 <반만>

사실인지 넌센스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아무리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은행이든 관공서든 거의 모든 일이 컴퓨터로만 가능한 일들이 늘어나니까 나이든 사람들이 너무 많이 헤매는 것이 안타깝다.

 

편리해지고 있는지 무서워지고 있는지 구별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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