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2일.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감독님!! 컴퓨터 켜져 있나요?”
“왜?”
“이은주씨가
죽었대요.”
“미친새끼, 거짓말 하지
마”
“정말이예요. 그 기사 보고 지금 전화
하는 거예요”
“뭔 또 죽는 역할 케스팅
되었다니?”
“아니요. 진짜로
죽었어요.자살이래요”
“뭐? 설마. 자살하는 역할 맡았다는
거겠지”
“아니라니깐요. 감독님이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서 보자마자 전화 하는건데”
이 전화를 받고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에-설마 오보겠지? 아니면 또 영화 속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놀라고 놀라고 또 놀라서 지금도 그날의
놀람에 대해서는 말로는 설명 할 길이 없다.
날 풀리면 밥 한번 먹자고 매니저랑
약속했었는데 이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녀를 케스팅하려고 기획하던 영화도
있었는데.
하늘 정원 의상 체크 하던 날 멋적게
웃으며 눈인사를 하던 모습이.
촬영장에서 맑았던 모습이.
그리고 영화제에서 봤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유난히 내게 어리광을 부리던 정현이
얼굴도 동시에 스쳐지나 갔다.
가슴이 아팠다.
같이 일 해 보고 싶었던 몇 안 되는
여배우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무엇보다고 꽃다운 나이라는 것이
또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아니 그녀가 아니면 안 되는 영화들이
분명 있다는 것이…
살다가…영화들을 보면서…아…저 역할은 이은주씨가 했어야 하는데라는 영화들이 무수히 있을 거라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그날 이후.
난 엄청난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그녀가 출연했던 무든 작품들을 보고 또
보고 기사들을 써핑하며 외출도 하지 않고 잠도 자지 못했다.
어찌나 울고 또 울었는지 몸까지
아팠다.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
봤다.
감정을 추스리는데 꼬박 석 달 가까이
걸린 거 같다.
얼마쯤 흘렀을까?
매니저를 만나서 밥을 먹었다.
술 한잔이 들어 가고, 난 감정이 격해져서 또 울고 말았다.
“이젠 그만 우세요. 일
해야죠.”
매니저가 날 위로해 주면 해 줄수록
눈물이 흘렀다.
수 백명의 매니저들을 만나 봤지만 그
매니저만큼 괜찮은 매니저도 드물다.
남은 식구들도 있으니 용기를 잃을까봐
자기는 슬픈 내색을 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내게 절망감을 줬던 3번의 죽음이 있다.
엄마의 죽음이 맨 처음이었고 그 다음이
자살한 친구였다. 그리고 이은주씨의
죽음.
어쨌던…이제 그녀가 하늘나라로 간지 100일이
지났다.
토요일,
교회에 가서 기도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방황을 끝내려 한다.
그녀는 이 땅을 떠났지만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제는 시나리오도 쓰고 밀린 일을 하나씩
해 나가야겠다.
정현이에게도 따뜻한 밥 한 그릇 사줘야지.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묘한 나날들. (0) | 2005.06.11 |
---|---|
어둠을 헤치고... (0) | 2005.06.06 |
엑스트라가 되던 날. (0) | 2005.05.31 |
그냥. (0) | 2005.05.29 |
반딧불이의 묘 (0) | 200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