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이나 게으름을 피우던 마른 장마가 계속되더니 드디어 장마다운 장마가 온 것 같다.
7월 장마는 꿔서라도 한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올해는 장마가 시큰둥하게 지나가나 싶어
혼자 속으로 무슨 장마가 이러냐고 불평 불만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 분명 벼락을 쳤을 법하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고 온 이번 장마는
개인적으로 엄청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빗줄기가 어찌나 큰지 이런 걸 보고 장대비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장대만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회초리만한 굵기는 된 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에 관계되는 노래를 모조리 다운을 받았다.
무려 900여 곡을 받았으니 이제 그 많은 곡들을 모니터를 하려면
3분 씩만 쳐도 얼마만큼의 절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금방 계산이 나왔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곱씹으며 하나씩 들어 봐야겠다.
각설하고,
비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비가 오는 어느날 우리는 어느 카페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카페는 스텐드가 있는 카페였다.
친구는 말했다.
비가 오는데 너무나 좋아서 밤새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엄청 황홀했다고.
나도 같이 맞장구를 치며 떠들었다. 나도 그랬다고.
한참을 비에 대한 예찬을 하고 났을 때
옆 스텐드에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던 한 손님이 말을 받아서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셨어요? 저는 손님들이 밤새 그렇게 기분 좋게 비를 보고 황홀해 할 때 부엌에서 세숫대야로 물 푸느라고 밤을 샜어요”
헉!
우리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를 했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비가 오는 날이면 좋아하다가도 그 사람 말이 자꾸만 떠 올라서 큰비가 아니길 기도하게 됐다.
하여간 이번 비도 장난이 아니게 온 것 같다.
철이 들었는지 비가 온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비 피해가 없었음 하는 바람과 함께 빗소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어쨌거나,
음악이 무색할 만큼 멋지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후련했던 이유는
풀리지 않는 일들이 저 빗소리처럼 후련하게 풀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짱짱 ^*^))// 방글방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