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가 게 더러
술 먹은 다음날
숙취를 깨려 물 한 컵 들이킨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특별히 볼일이 없어도 화장실에 가 앉아 힘을 줘 본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높은음에선 올라가지 않은 목소리
소리대신 고개를 치켜올려 내지르고 있었는데
곧바로 침대로 이어졌다
집에는 어떻게 왔을까?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계산은 누가 했을까?
에이 모르겠다!
취한 모습으로 나뒹구는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꾸겨진 종이조각의 감촉
꺼내보니 카드를 그은 영수증 한 장
많이도 먹었군
참았어도 되는 자리였는데
지렁이 기어가듯 해 놓은 싸인이
내 것임에 틀림없다.
담배를 물었다.
군산횟집이라 쓰인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였다.
잘도 켜지는군
가스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보니
꽤나 여럿 거쳤겠군
몇 놈이나 거쳤을까?
그런데 가만, 내가 여기 가 본 적이 있나?
누군가의 손에서 제 역할 다하다가
내 손으로 전해졌을 법한 라이터
손에 쥐는 놈이 임자라......
갈보 같은 라이터
라이터는 갈보다.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자
미스코리아 대각선으로 띠 두르고 나와 자기 소개 하듯이
수북히 쌓인 라이터들 출처가 보인다.
세상에나 멀리서도 왔군
밀라노, 쌍투스, 라스베가스, 함부르크, 삿뽀로, 아프리카......
세계적인 갈보들이 내 눈앞에 다 모였군.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로 사라지게 만드는
재주 많은 라이터
라이터야!
네가 만약 내게 불을 붙여 연소되게 해 준다면
나 더 이상 너를
갈보라 부르지 않겠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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