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끼 소설처럼...
아침에 눈을 떳을 땐 비를 피해 방충망 안 쪽으로 깊숙이 들어 온 거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거미가 집안으로 들어 오면 예로부터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설이 있는데…
커피를 내리려 통을 열었을 때는 커피는 없고 남은 찌꺼기에서 나는 잔향이 그윽하게 올라왔다.
꿈을 꿨다.
하루끼 소설에 나오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잠에서 늦게 깨어 재즈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듣고 싶은 곡 커트를 맞춰 바늘을 올려 놓은 뒤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내리고
식탁이든 소파든 비스듬히 기대 앉아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닥 거리며 발목 춤을 추면서
음악에 취하여 혹은 커피 향에 취하여
덜 깨어 몽롱하던 아침 잠을 마저 깬 뒤 차를 마신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어 굽고 한쪽 면에 피넛 버터를 엷게 펴 바른 뒤
어니언스 슬라이스, 피클 슬라이스를 적당량 얹고
치이즈를 한 장 얹거나 에그 후라이를 얹어서
따끈한 커피와 함께….
그러고도 뒹굴뒹굴 뒹굴다가 샤워를 하고 이 책 저 책 뒤지면서
글자 몇 개 읽고는 낮잠을 즐긴 뒤
텔레비젼 켜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 보다가
해가 뉘엇뉘엇 져 갈 무렵
옷가지를 주섬주섬 줏어 입고
산책 삼아 어슬렁어슬렁 기어나가 휘청휘청 걸어다닌다.
걷다가 맘에 드는 색깔의 카페 간판 보이면
들어가서 원하는 음악 신청해 놓고
병 맥주 홀짝이며 ….
짤랑짤랑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하냥매냥 그렇게 살고 싶다는
꿈같은 꿈을 꿔 봤다.
하루끼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나른한 오후에
사무실에 앉아서
바쁜데도 무료한 시간을 때우느라.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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