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보도 블록 사이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있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동전이었다.
길 가에 떨어진 모든 것을 다 예의 주시해서 보지는 않지만
어쨌던 나의 눈길을 끈 것도 인연이다 싶어 주을까 말까 망설이다 주워 들었다.
가로등 밑으로 가서 보니 2002라고 써진 10원짜리였다.
10원짜리의 쓰임새가 어디인지도 모를 만큼
공중전화에 동전 넣을 일 없어진 이후로 서류에나 존재하는 숫자처럼 여겨졌는데
올해도 여전히 10원짜리 동전은 조폐공사에서 만들고 있었었다.
어쩌다 거스름돈으로 받으면 무겁기만 하고
정작 쓸 데는 별로 없는 10원짜리 동전은 요즘 우리네에게 구박 덩어리이다.
금처럼 반짝거리면서 빛나는 10원짜리 동전에서 나는 마치 무슨 부적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푼이라도 아끼라는 뜻이 아니라 10원의 소중함을 알라 뭐 이런…
10원짜리를 쉽게 생각했는데 어찌어찌하여 머리를 잘 못 쓴 관계로
1억 정도를 날리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내게 분명 무슨 뜻 깊은 교훈을 줄려고 신이 내린 동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 오 밤중에 수많은 사람이 지나 다니는 길에서 하필이면 내 눈에 띠겠는가?
그러나 10원짜리 동전에 대해 업씬 여겼던 생각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 된다.
아니길 바라지만, 아니어도 할 수 없지만 아니라면 더 좋고.
아무튼 10원짜리 동전을 이렇게 유심히 쳐다 보기도 첨이다.
토씨가 없으면 문장이 이어지지 않듯이 숫자 끝에 토씨처럼 매달린 10원짜리.
10원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많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지금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10원짜리의 소중함을 되새겨본다.
하여간 2002년에도 동전은 나왔었다.
그러고 보니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이 이 때 쓰는 말인가?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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