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가을이 오니...이런 생각이.

monomomo 2002. 8. 26. 22:44








그는 활자 중독증 환자였다.

나는 그가 무엇을 읽을 때 독서라 하지 않고 글자를 읽는다고 표현을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온갖 글자들을 읽어대는데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밥을 먹을 때도 글자를 읽으며 밥을 먹는 것인지

밥을 먹으면서 글자를 읽는 것인지 모를 만큼 읽어댔고 길을 걸을 때도 무엇이든 읽으며 걸었다.

하여간 읽을 것이 없으면 길바닥에 떨어진 신문지 쪼가리라도 줏어 들어 읽었으며

하다 못해 라면 봉지나 과자 포장지에 써진 글자까지 다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일전에 칼럼에 올린 눈을 떠라라는 단편을 쓴 바가 있다.

그런 그가 작년에 시나리오 심사를 했다.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말했다.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좋겠다고.

그리고 물었다. 지금도 그렇게 뭔가를 읽느냐고.

그는 대답했다. 그렇다고.

그리고 이어서 말하기를 핸드폰이 생긴 다음 편리한 것이 하나 생겼다고.

화장실 갈 때마다 책을 골라야 했던 불편함에서 벗어나 핸드폰을 들고 들어가서

오락도 하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그런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읽어대던 그는 일본 출장 때도 쉬지 않고 글자를 읽어대다가

러브레터라는 책을 읽었고 그 책을 원안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이번 대종상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가을이 오고 있다.

꼭 가을이 오면 독서의 계절이니 뭐니 그래서 책 읽기를 권한다.

하기야 여름에 더워서 책 읽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환자처럼 글자를 읽어대는 그처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독서의 계절을 정하고 독서의 주간을 정해서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도 또 마음 한 켠으로는 그나마 계절이나 주간이라도 정해서 읽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갑자기 불우 이웃을 도와 준다고 난리법석을 떨어서 우습기도 하였지만

그러기라도 하니 다행이었듯이.

그나 저나 그러는 나는 그럼 뭐 책을 많이 읽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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