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그래서 나는 앞으로만 걷는다.

monomomo 2002. 8. 31. 08:11







그래서 나는 앞으로만 걷는다.






“유치원 때였는데 가방끈 대각선으로 매고 집으로 가다보면 거 왜 있잖아? 놀이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 원아복으로 입었던 흰색 스타킹 새카매질 때까지 미끄럼틀 타고 놀면 퇴근하던 아빠가 집에 가자고 부르셨어. “이놈 궁둥이 구멍 나는 줄도 모르고 허허”하고 웃으시며 내 궁둥이를 툭툭 때리셨지. 그때 난 으~아~ㅇ 하고 울었지. 깜깜해질 때까지 집에 가지 않았다고 혼내는 줄 잘 못 알고. 근데 사실, 아빠는 궁둥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 주신거래. 아빠는 우는 나를 번쩍 들어 한쪽 팔로 안고 가며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눈물 닦아 주셨지. 집으로 가는 길에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도 사 주시고. 골목에 서 있던 내 또래 애들이 부러운 듯 쳐다보면, 그 눈길 피하지 않고 뽐내면서 내려다 봤지. 그때 얼마나 든든했는지 알아? 아버진 내게 있어 요술 방망이 같은 존재셨어. 그걸 노리고 매일매일 늦도록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탔거든. 미끄럼틀 타는 것 보다 더 재밌게 우쭐댈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고 보면 참, 난 그때부터 벌써 여우였어! 그치? 아~ 참! 만약에 돌아 갈 수 있다면 넌 언젯적으로 돌아가고 싶니?"


“...... 글세, 난 특별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없네......”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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