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전철을 타려고 계단을 내려 오는데 문이 열린 전철이 서 있었다.
나는 순간 뛰면 저 전철을 탈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생각했다.
그래봤자 3초 안에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고도로 숙련되고 발달된 육감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찰라였다.
일단 실험을 했다.
눈으로는 내 걸음 걸이 속도로 성큼성큼 열린 전철을 향해 가면서 실제로는 걷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내가 막 문 앞에 도착하자 마자 전철 문은 바로 닫히고 전철은 출발했다.
음홧하하하하하~~~~~~~~~
천천히 걸어서 승강구 쪽으로 가면서 안 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뛰어서 조금 전에 간 전철을 탔다고 해도
겨우 2분 더 빨리 집에 도착하는 것 외에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은 뻔하다.
2분 후, 전철을 타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다가 거의 집에 다 왔을 시간이 됐을 무렵
열린 문틈으로 역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교대역. 전철을 잘못 탄 것이다. 반대 반향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30분 이상을 간 것이다.
아아아~~~
이런 낭패가 있나?
중간 중간에 무슨 역이라고 방송을 해 주는데 그 소리도 듣지 못하고 뭘 했는지.
얼른 내려 반대 방향에서 전철을 타고 오면서 생각했다.
지금 넋을 놓고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는 일은 한 번 시작하면 어찌나 바쁘게 돌아가는 일인지 작업을 마치고 나면 진이 다 빠지는 일이다.
하여 항상 작품이 끝날 때마다 늘 허해 하곤 했었다.
나는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작품과 연애를 하는 기분으로 일을 했다.
현장에서의 그 흥분과 설레임은 정말이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만큼 벅차다.
이유야 어쨌든 진진하게 진을 뺀 이번 작품 진행 과정이 너무 지난 하여 사실 덧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넋을 잃을 만큼 정신이 없는 것을 보면
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애정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은 속담이 변하여 하다가 아니하면 아니한 만 못 한다가 아니라 한만큼 이익이라는데
웬지 마음 한 켠이 무거운 이유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못내 아쉬움이 남아 자위를 해 본다.
역시 나는 현장 체질이야!!
집에 도착을 해 보니 무려 한시간이나 더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은 아침에 나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꿈꾸는 세상 역시 언제 가든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먼저 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것이다.
꿈꾸는 자의 행복은 결과론적으로 잴 수 없는 법.
더구나 백년도 못 살 인생 즐겁게 살고 싶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나, 꿈을 꿀 수 있는 자이니 어찌 아니 행복하랴!
짱짱^*^))//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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