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어쨌든.

monomomo 2002. 9. 24. 00:42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니 일단 짐이 너무 많았다.

잠을 자려니 침대는 꼭 필요했고,

음악을 듣자 하니 시스템이 필요했고,

음식물을 보관하자 하니 냉장고가 필요했고,

책을 사서 읽다 보니 책꽂이가 필요했다.

국자가 식구 숫자대로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혼자 사는 살림이라도 세탁기며 식탁이며 필요한 것들은 다 필요했다.

버리고 살자를 주문처럼 외우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짐들이 생겨 버렸다.

버릴 것을 찾아보니 모두가 다 필요했다.

무엇을 버릴까를 생각하는 것 보다 이것만은 버릴 수 없는 것부터 찾아 봤다.

그렇게 생각하니 간직 할 것도 별로 없었다.

살아왔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잡동사니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니

소중한 것도 귀중한 것도 없었다.

내 한 몸 살다 가는데 무슨 짐이 이리 많은지.

고호가 그린 그림 가운데 노란집이 있다.

그렇게 단촐하고 심플한 공간에서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한낱 짐짝에 얽매여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에 이리 힘들어 하는데

인간관계에 엮여 얽키고 설키어 산다면 아마도 제명에 못 살고 죽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내 안에서 살고자 하는 본능이 아마 지금까지 홀로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버리고 살자를 실행하지 못하고 또 바리바리 짐을 쌀 것 같은 예감이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속에 속해 살 수 밖에 없는 속물인 것 같아 쓸쓸하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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