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종방한 티비드라마 대망(大望)에서 <무영>은 말한다.
“사람들은 네 생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왜 꼭 책에 쓰인 것을 말해서 남의 생각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무영은 여기서 식자들의 죽은 지식을 꼬집은 것이다.
마지막 회 방송에서 <무영>은 또 말한다.
형을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죽이라며 “못 하겠니” 라고 묻는 형의 말에 대답하기를 “ 안 할래!”라고 대답한다.
무영은 못한 것이 아니고 안 한 것이다.
할 줄 모르는 게 아니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옳지 않은 행동을 자의로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돌아서서 가기 전 무영은 재영에게 말하기를 “왜 그렇게 살어?” 라고 반문한다.
무영의 등에다 대고 재영은 말한다.
“내 앞에서 등 돌리지 마!”
칼을 쥔 자 앞에서 등을 돌린다는 것은 곧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재영은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자 조차 없는 무영(無影)과 그림자만 있는 재영(在影)이.
이는 존재 하고자 하니 존재 할 수 없었고 존재하지 않고자 하니 존재 할 수 있었다는 말인 것 같다.
아주 옛날, 신대륙을 발견해서 이주한 앵글로 색슨족들이
그 나라에 적응 하기 위하여 자신들을 버리고 받아들여 지금까지 존재 할 수 있었고,
인디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받아 들이지 않아 지금은 존재 할 수 없었듯이.
나를 버리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가 않다.
얼마나 버려야만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인지.
요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적은 예산으로 만들 수 밖에 없는 내 영화의 상황을 설명하며
창조적인 능력을 제 값을 못 주고 써야 하는 아픔을 이해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
혹여 나의 이기심이 그들을 상처 받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에다 호소를 한다.
보는 눈도 있고 들은 풍월도 있는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신인들과 일을 해서 일을 망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비 역시 훨씬 초과 될 것이고.
영화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도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다행인 것은 적게는 그들이 현재 받고 있는 실제 게런티의 10분의 1이나 30분의 1을 주겠다는 우리의 제안을
스케줄이 맞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거절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순항하는 것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그래도 역시 돈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인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자꾸 내 생각에 대해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도록 전달해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네 생각이 무엇이냐?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화두처럼 읊조리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서글퍼진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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