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있다.
여러가지로 무지 힘들고 아프단다.
심지어 죽고 싶고 싶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난 질문을 했다.
"니 나이가 몇이지?"
"스물 여섯이요"
"음, 그래? 그 나이엔 원래 그런 거야. 아프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고, 그 나이에 안 죽고 싶으면 언제 죽고 싶겠니? 죽고 싶은 거지 그렇다고 죽을 건 아니잖아?"
사실 그 아이가 내게 그런 푸념을 했을 때는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힘들어 할 때 누군가 해 준 부드러운 한마디가 힘이 된 것이 아니라 날 오히려 더 약하게 만든 사실을.
그 보다 더 할 때도 있었다.
한 아이가 오밤중에 전화를 걸어 엉엉 울면서 죽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어야지”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나도 안 죽어 봐서 방법은 모르겠다만 목 매다는 법도 있고 손목을 끊는 법도 있고 총으로 쏘는 법도 있지 않니?”
“목은 매달기 싫고 손목을 끊으면 너무 아플 것 같고 총은 없잖아요”
참참참!!!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지. 구구하게 변명은 무신.
“그럼 살아”
“아니예요? 죽을 거예요”
“그래라. 죽는 것도 괜찮지. 그런데 나한테 방법은 묻지 마라. 니 일이잖니?”
그 아인 결국 다음날 내게 와서 우리 집에서 3일을 묶고 갔다.
회사에 갔다 집에 오면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3일째 되던 날. 그 아이가 묶고 있는 방문을 열었을 때 그 아인 운전면허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죽을 거라며 운전면허는 왜 따려고 그러니?”
“그래도”
하하하.
<그래도> 그래, 그래도가 있지.
그 아인 지금도 잘 살고 있고 먼저 말한 아이 역시 죽지 않을 것이다.
스무살 시절에 내가 세 들어 살던 할머니 말이 생각난다.
칠십을 훌쩍 넘긴 할머니였는데 구닥다리 티크장롱을 닦으며 하시는 말씀.
“몇 년만 젊었어도 새 장롱으로 바꾸고 싶은데……”
“몇 년만 젊었어도 침대 하나 들여 놓고 싶은데……”
그렇다, 몇 년만 젊었어도 그 할머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다.
정말로 죽는 일밖에 남아있지 않은 할머니는 무엇 하나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죽고 싶든, 살고 싶지 않든.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하고 싶은 일이다.
저런 생각이 든다는 건 다시 말해 원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데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좀 독하다 싶어도 내가 저리 매몰차게 말하는 것은 다 그러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위로에 인색한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죽고 싶든 살고 싶지 않든
그 해답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찾을 수 있고
자신 안에 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짐작컨데 지금껏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과 또 살아 갈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번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섣부른 판단일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열망하던 일이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가장 생스럽게 산 자들의 넋두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지금 몹시 죽고 싶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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