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내렸다.
지금도 비가 내린다.
난 비를 무척 좋아한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미친 듯이 비를 좋아한다.
하지만 일을 할 때 내리는 비는 정말 싫다.
작업이 미뤄지면 스케줄을 맞출 수 없고 스케줄이 꼬이면 돈이 깨지고
돈이 깨지면 또 다른 스케줄이 빡빡해지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아아!!!
지금 내리는 비는 너무나 원망스럽다.
봄이 아무리 젖어서 온다지만 2~3일에 한번씩 와 주는 비는
피곤한 스텝들을 쉬라는 의미에서 내린다고 생각 해 버리면 맘 편하겠지만
도 닦는 기분으로 일을 하려고 맘을 다잡고 다잡아도 그리 맘 먹기가 쉽지가 않다.
영화의 특성상 하루 낮 하룻밤에 이루어지는 벌어지는 상황이라서
멀건 대낮에 찍었다 흐린 날 찍었다 그럴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행여나 중간에 비가 그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전 스텝들을 숙소에서 대기를 시키고 만일에 비가 안 오면 촬영을 강행하려 해 보았지만
그것은 나의 간절한 바람일 뿐
어제 내린 비는 가벼운 봄비 정도가 아니라 여름날의 장대비 같은 비였다.
영화를 처음 시작 했을 때만도 기상청 예보를 믿었다가 괜히 손해 보는 일이 많아서
그날의 느낌과 육감으로 촬영을 강행해도 되는 일이 많았었는데
기상청 예보가 예전과 달라서 너무나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괜히 나만 조급한 감독이 되어버리고 만 셈이다.
지금도 찔끔찔끔 비가 내린다.
내일 아침 6시까지 비가 내린단다.
지금껏 경험으로 봐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 것 같아 기다리고 있지만
과학은 나의 심정을 전혀 이해 해 줄 의사가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어제 경험을 했으니까 촬영을 접고 차라리 다음 촬영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 하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바라 보는 하늘은 비가 올 것이니 촬영을 접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듯 하다.
하루에 100만원이 넘는 장비를 불러 놓고 며칠을 공치고 올려 보냈다.
정작 찍고 싶은 컷을 돈과 장비 그리고 시간 땜에 도리 없이 바꿔 가는 경우가 너무 많아
나중에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을 자막으로 처리 할 수도 없고
연출력으로 커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연출력 마저 딸리니
어쩌란 말인지.
참참참!!!
Duel In Busan 영화제작현장일기
짱짱 ^*^))// 못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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