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었으면…….
차라리 늪이라면
점액질의 늪에 갇혔다 생각하면
조금은 쉬워질까?
밤 낮 없이 찍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서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일단 한 번 쉬어 가기로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밤마다 일을 했다.
새벽이 되어야만 촬영을 끝내고 돌아 오면서
가슴에 남는 아쉬움이란
답답하다 못해 폭폭 했다.
밤 촬영을 거의 마무리를 하고 낮 촬영을 하려고 하자
두 달 동안 올빼미처럼 일을 해서인지 스텝 모두가 졸려 하고 맥을 추지 못했다.
우리에게 졸음은 바로 떼 죽음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에
안전 사고를 위해서라도 쉬어 가야 한다.
시차 적응을 하려면 1주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여기서 머무르면서 적응하기 위한 시간적 자금적 여력이 없다.
하여 일단 부산에서 뜨기로 했다.
적은 예산에 맞춰 찍으려 애를 썼으나 결과론적으로 답을 내려야 하는 이 마당에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대신 책임질 수 없으니
그 동안에 나는 편집을 해보고 보충 촬영 준비를 하고 바뀐 상황에 맞춰 재 작업을 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고생한 스텝들에게 보답 할 수 있는 방법은 점검을 하며 다잡아 가는 방법 밖에 없다.
최선을 다 하는 것과는 다르게
최상을 뽑아내고자 하는 욕심이 사고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책 없는 욕심과 현실적인 작업 환경 속에서 끝없이 타협하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이해 주는 것도 아니고
비가 온 후에 땅이 굳어진다 하니 믿어 보기로 하자.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과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못 매어쓴다라는 진리 앞에서
주어진 시간과 여건 속에서 마음을 다 잡고 최선을 다하여 작업 준비를 하며 차분히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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