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인 줄 잘 못 알고 살았다.
착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행동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조금은 맘이 내키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최소한 내 안에서 합리화가 가능한,
또는 피치 못할 상황 안에서,
직업상,
역할상.
즉 나와의 싸움을 해가며,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요즘은 자꾸만 착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 돌아다닌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의 소리가 들려 온다.
“그러지 마라!! 그러지 마라!!”
그 동안 착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뭐 하나 파고 들면 무섭게 달려드는 성격을 동물적으로 알아서였는지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외면했던 습관이 날 화나게 하거나 딴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탓하자니 살고 싶지 않고,
남을 탓하자니 치졸하고,
진짜 머리를 깍지 않는 이상 맘 다스리기 하기도 이젠 벅차다.
상실의 상처가 크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서인지,
사유(思惟) 하는 아름다움을 버린지 이미 오랜데,
영화를 버리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집착했던 일이라,
마치 나를 버리는 일 같아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병이 아닐까? 의심이 될 만큼 사고의 기능이 정지된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없어져버렸으니 해야 할 일도 없고,
삶의 목적이 없어져버렸으니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데,
인생일생 부운생(人生一生 浮雲生) 이요 인생일사 부운멸(人生一死 浮雲滅) 이라!했거늘.
나를 버리고는 살 수 없는 일이지만,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날 살아있게 만든다.
그래!
살아 주자!!
백 년도 못살 인생 살아있어 줘 주는 거야!!
靑山于要我以無語(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蒼空于要我以無垢(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聯無愛以無憎(사랑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于如水如風而終我(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혜근선시-
내 방에 정물이 된 듯 앉아서,
득도를 할 생각은 아니지만,
주문처럼 읇조리며 견디어 보자.
언제까지 날 방치 해 둘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생각을 안 하는 것!!!
미련한 것은 계속 살아있어 줘야 한다는 것!!!
나는 소망한다.
날 들끓게 만들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다면,
제발 나에게 다가 오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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