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봄, 토요일 오후4시에 동숭동 걷는 법.

monomomo 2003. 3. 19. 12:41








봄, 토요일 오후4시에 동숭동 걷는 법.





그 사람

내 안에서 재조차도 남김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자 빠르게 걸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기다릴 전화도 없어졌고 시간을 쪼개야 할 일도 없어졌다.

갑자기 생긴 많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한 한 방법으로 느리게 걷기를 생각해 냈다.

겅중겅중 겅중겅중 아주아주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지게 여유를 부리며 걷다보면

온몸 구석구석 파고드는 봄 바람이 가슴에 구멍을 숭숭 뚫고 지나가

허허로움에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으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늘 한 점 없는 하늘.

꿀꿀하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글자들을 모아놓은 연극 포스터 한 장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

......

......


수 많은 연인들 사이를

마치 눈을 감고 걸은 듯이

......

......

......


겅중겅중 겅중겅중.

......

......

......

용케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느리게 걷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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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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