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참참참!!!

monomomo 2003. 9. 22. 10:21






참참참!!!

피시방에서 나와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몇 번 오며 가며 한인 타운을 익혀 둔 터라 조금의 자신감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쉽게 식당을 찾았다.

산수 갑산이라는 상호를 가진 식당이었는데 함흥냉면 전문점이었다.

아!...... 아무리 냉면을 좋아하기로서니 또 면을 먹을 수는 없어서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음……

음식이 나왔다.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은 순간

묵은 쌀에서 나는 냄새인지, 해 놓은지 이틀이 지난 밥인지 역한 냄새가 나서 아무리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도저히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순두부도 마찬 가지였다.

다행히 계란 찜이 나와서 그걸로 때우고 나왔다.

맨하탄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한다.

나는 일단 노트북을 숙소에 두고 가기 위해 지하철 역을 답사 한 뒤 기억을 더듬어 숙소를 찾았다.

그런데 가도 가도 내가 봤음직한 길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꿈도 야무지지.

석달 동안 촬영을 하면서도 식당에서 숙소 오는 길, 숙소에서 식당 가는 길을 날마다 헤매던 방향치라는 것을 까먹다니.

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던 아이들이 데려다 주거나 아니면 데리러 왔던 기억이 순간 되살아 났다.

길 잃어 버리는 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왜 잊었는지.

거리는 점점 번화 해지고 있었다.

나는 첨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기로 하고 그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식당마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과일 가게를 들렀다.

아무래도 과일로 식사를 대용해야 할 것 같았다.

거기서 과일을 고르며 한국말을 하는 노부부를 만났다.

나는 그 부부에게 숙소 주소를 보여 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부부는 그 숙소를 몰랐다.

하여 산수 갑산을 물어 본 다음 일단 그 식당으로 가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숙소에 찾아 올 수 있었다.

오는 길에 물컹 뜨듯미직지근한 것이 팔뚝에 떨어져 손등까지 미끌어져 내렸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나무 위에 비둘기가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똥 벼락이라니, 길조인지 흉조인지 모르겠지만 유쾌하진 않았다.

숙소에 와서 한잔의 커피를 가지고 방으로 올라 오는데 다리가 무척 아팠다.

무려 3시간 동안이나 거리를 헤맸던 것이다.

길 안에서 길 찾기나 길 밖에서 길 찾기나

마음의 길이든 노상의 길이든

길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단 잠시 쉰 다음 나가야겠다.


맨하탄엘 다녀 왔다.

지하철을 갈아 타고 두 번의 실수를 한 뒤 맨하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타임스퀘어에 내려서 일단 걸었다.

특별한 약속도 없고 딱히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작정 걸어 다녔다.

부로드웨이까지 걸어 가서 공연장 주변을 돌아 다녔다.

거리엔 기념품을 파는 좌판이 쭉 늘어서 있었다.

무명 배우들이 나름대로 분장을 하고 나와서 퍼포먼스도 하고 뺏지나 티셔츠 같은 기념품을 파는데 그들이 느끼는 행복과는 달리 뭐라고 딱히 설명 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대학로와 그 규모면이나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모습은 달랐지만,

어줍잖게 연극바닥에서 뒹굴던 시절이 생각나서 그 안에 들어 있을 무명 배우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그리고 코리안 타운에 들러 회냉면을 먹었다.

오늘 걸은 시간이 지난 칩거 생활 하면서 걸었던 것의 한 10배는 되는 것 같다.

여덟 시간을 꼬박 걸어 다녔으니까.

돌아 오는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플러싱이 종점이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졸다가 또 지금까지 어디를 헤매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발바닥에서 불이 난다.

씻고 자야겠다.

내일은 또 콜로라도주의 덴버로 떠나야 하니까.

*참, 일정이 바뀌었다.

시카고를 취소하고 그 대신 엘에이와 캐나다를 일정에 넣었다.

시카고 친구의 사정상 그 친구와는 한 달 후에 엘에이에서 만나기로 했다.

*Virgin-Father를 들으며…앗 Gajan Edwards & Kammien - Woman Blues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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