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게이트로 들어 왔다.
라과디아 공항은 제에프케이 공항보다 작은 공항이었지만 더 검문 검색이 심했다.
신발을 벗고 특히 나 같은 외국인은 여권 검사를 또 했다.
9,11 사건 이후 외국인 검문 검색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이해가 가지만 이해가 가는 것과는 다르게 왠지 불쾌했다.
10년 전 맨하탄에 갔을 때 마치 뉴욕의 상징처럼 서 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쌍둥이 빌딩이 나란히 서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어제 맨하탄을 갔을 때 쌍둥이 빌딩이 보이지 않자 정말로 뉴스에서 보던 그런 기분과는 달랐다.
그들은 검문 검색을 심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뉴욕이 아닌가?
여하간 난 보고 싶은 친구를 이제 한 명 만나고 그 두 번째 사람을 만나러 간다.
뭔가를 정리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남는 것 없이, 후회하고 싶지 않아 단행한 이번 여행은 참 잘한 것 같다.
“운 좋으면 환갑에 또 보자. 그 땐 내가 한복 한 벌 해 줄게”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 할 수도 있다.
모르긴 해도,
아마도,
어쩌면 진짜로,
아니 분명 그리 되리라!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다.
더 나이 들어서는 쉬 할 수 없는 여행인 것 같다.
나중에 길거리에 나앉아 푸성귀를 파는 한이 있어도 지금 돌아 다니겠다는 생각을 하길 잘 한 것 같다.
그 친구왈 “그래! 너처럼 철 없는 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니 놀랍구나”
난 철이 없다.
허나 철이 있으면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
난 알 수가 없다.
철을 들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리고 가급적이면 철을 안 들 것이다.
내 한 몸도 무거운데 종이라면 모를까 철까지 들다니,
게다가 이젠 더욱더 철을 들 수가 없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무거운 것은 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나저나.
장하다! 짱짱!!
용감하다! 짱짱!!
죽어라고 안 통하는 말을 가지고도 홀로 여행을 다닌 다는 것.
나처럼 철없는 사람이나 철 없이 하지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야 워낙 반복되는 실수와 답답함에 익숙해져 있으니 가능하지 안 그럼 천불이 날 것이다.
나조차도 더러더러 답답하니까.
대행인 것은 난 나의 이런 성격을 그러려니하고 내버려 두며 내 특유의 특질로 “나니까 가능 한거야” 라며 자위를 한다.
안 그럼 아마 난 미쳤을 것이다.
다 살아 가는 방법인 것 같다.
남들 눈에 비춰지는 여유가 얼마나 스스로 불편함을 주는 것인지.
뼈 저리게 느끼며 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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