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서부 일주를 마치고.

monomomo 2003. 10. 28. 09:57





버스는 사막을 가로 질러 달리고 또 달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과 벌판,
그리고 마른 풀들 사이로 난 아득히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간간이 설명을 해 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난 계속해서 블루스를 들었다.

오기 전에 [Dead Womam’s Blues] 방에서 들으며 메모해서 찾은 파일을 찾아 구워 온 시디를 들으며
난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사막은 정말 매력이 없었다.
난 사막 체질도 아닌가보다.
거대함에 감격하기에 앞서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함이 싫었다.
미국이란 나라, 크긴 큰 나라다.
무려 6시간을 달리자 콜로라도 강 주변에 작은 라스베가스라 불리워지는 호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콜로라도 강을 왕복하는 수상 택시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카지노에 와서 놀음을 했다.
20불을 바꾸어 한 두어 시간 놀다 남은 돈을 바꾸니 18불이었다.
2불가지고 논 것이다.
장난삼아 잿팟을 터트리면 못 다 찍은 영화를 찍겠노라 말했지만.
하하하!!!

피곤하다.
내일은 4시에 기상이란다.
벌써 열 두시가 넘었다.
자야겠다.


사막은 끝이 없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사막은 2박 3일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봤다.
정말 호수가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사막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사막을 달려와서 다다른 곳은 라스베가스였다.
라스베가스는 동그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해질녘에 도착한 라스베가스는 그저 콘크리트 건물만 즐비하게 늘어선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기 시내로 나갔다.
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물결을 내 짧은 문장력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야경 구경을 하고 나서 쑈를 구경했다.
마른 여자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만 모두 라스베가스 쑈장에 모아 놓은 듯했다.
여자들은 모두들 늘씬하고 예뻤다.
얼굴은 횟됫박을 뒤집어 쓴 듯 허옇게 분칠을 하고 나름대로 연출에 맞춰 율동도하고 노래도 불렀지만 늘 정상적인 공연에 익숙한 나는 버금 가리개를 하지 않은 수십 명의 여자들이 나와서 설쳐대는 쑈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한 번은 볼만했고 두 번은 절대 못 볼 쑈였다.
부럽고 놀라웠던 것은 그 거대한 무대장치들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도구들이었다.
도박 역시 마찬 가지다.
둘 다 재미가 없었다.
난 역시 쑈나 도박엔 관심도 소질도 없나 보다.
동전 몇 닢 들고 카지노 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들어와서 잠을 잤다.


그랜드캐년은 말 그대로 그랜드한 캐년이었다.
내가 갔던 날은 마침 날씨가 좋아서 다행히 그 넓고 깊은 협곡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경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돌아 다녔는데 협곡 아래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 줄기가 실핏줄처럼 가늘게 보였다.
그 깊이가 천 미터가 넘는다 했다.
협곡의 폭은 38킬로 미터라하니 어느 정도인지 어림짐작이 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촌년 그 거대함 앞에서 생각하기를 채석강의 아름다움을 비교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내 느끼는 것은 한국이 역시 좋다는 것이었고 난 어쩌다가 전국을 돌아 다니며 하는 일에 종사한 관계로 한국의 좋은 곳은 다 돌아다녀 봤다는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귀국하는대로 일이 아닌 순전히 여행으로 그 동안 일하면서 좋았던 곳에 한번 쭉 돌아다녀 보고 싶다.

그리고 여러군데 돌아 다녔다.
요새미티도 있었고 샌프란시스코도 있었고 하여간 서부라하는 곳은 거의 다 돌아 다녔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17마일이라는 곳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별장들이 많다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곳은 조금 맘에 들었다.
그런다해도 우리나라 동해나 남해안이 그 곳보다 좋은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내가 왜 자꾸 우리나라 타령을 하냐 하면 우리는 왜 그 보다 더 좋은 자연 환경을 가지고 관광 상품화 하는데 뒤져 있느냐는 것이다.
그거야 뭐 나랏님들이 하는 일이니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자꾸만 맘 한 켠에서 고개를 디밀고 올라오는 그래도라는 놈이 내 심사를 편치 않게 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블루스를 들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블루스를 들으며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Dead Woman’s Blues] 생각이 힘든 여정에 많은 활력이 되었다.
해외 여행으로는 처음인 패키지 여행.
와~~~
여행이 아니라 득도 하는 것 없는 고행이었다.
5일을 내리 꼭두새벽인 4시에 기상을 하고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얻은 것이 있다면
절대로 패키지 여행은 할 게 못 된다는 것이었다.
촴나. 어쩌나.
패키지 여행은 할 게 못 되고 그냥 하는 여행은 언어 때문에 너무 어렵고
하여간 여행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동안 직업상 일을 겸한 여행을 주로 했고 개인 가이드와 전문 통역이 붙어 다녔던 편한 여행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 5개의 여정 중에 2개의 패키지 여행이 더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이게 싸고 또 그나마 맘이 편한 것을.

웃기는 일들도 많았고 미국 역사 공부도 엄청 했다.
돌아와서 이틀을 골골 거리며 몸살을 앓고 나서 몇 자 끌적 거려 올린다.


*참, 엘에이에 산불이 나서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고 불 냄새가 진동하며 분진들이 날아다니지만 저 있는 곳은 그나마 안전한 곳이랍니다.
날씨는 여전히 덥습니다.

*내일은 멕시코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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