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불이나서 하늘이 몹시 새카맣고 재가 흩날리어 공기마저 탁한 날 여행을 떠났다.
태평양이 보이는 해안 도로를 따라서 끝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멕시코 국경에 다다랐다.
국경 하나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는 엄청 달랐다.
달동네와 부촌의 차이라고나 할까?
국경이랍시고 들판이든 산이든 하나의 덩어리가 단지 2미터 높이의 양철 판떼기가 길게 늘어서 막혀있었을 뿐인데.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아무튼 이상했다.
일단 색깔이 어두웠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이 엄청 낡았다.
사람들의 의상도 칙칙했다.
그러나 얼굴들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단지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무표정한 얼굴들에서 마치 도닦은 사람의 그 무엇이 느껴졌다.
관광지 몇군데를 돌고 호텔에 짐을 풀었다.
저녁 식사가 나왔다.
접시에 또띠아라는 음식이 담겨져 나왔는데
식성 어디가랴?
포크로 이거 저거 다 쿡쿡 찔러 봤지만 배가 몹시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여지없이 쫄쫄 굶고 멕시코 술 데낄라만 마셔댔다.
물론 안주는 맹물이었다.
누드바에 가보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리버리한 나의 강한 반대에 부디쳐서 포기하고 말았다.
가 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지금에 와서 든다.
참참참...바보같은...
덥지도 춥지도 않는 밤 멕시코 거리를 거닐다가 숙소에 와서 잤다.
너무나 멋진 바다를 낀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다.
물론 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지만 경치 하나는 무척 아름다웠다.
두끼를 굶고 돌아 다니려하니 다리에 힘도 없고 무지 배가 고팠다.
과자 부르러기라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상한 냄새가 나는 칩밖에 없어서 그것 조차 먹을 수 없으니.
늘 그렇지만 팔자려니 하고 돌아 다닌다.
태평양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여기저기 명소를 둘러 보았다.
낡은 자동차 안에선 라틴 음악이 크게 흘러 나왔다.
풍물 시장에 들렀을 때도 시장 초입에 서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시종일관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어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거리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왕따를 당한다는 멕시코 사람들의 특유의 국민적 기질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다른데는 몰라도 국도변이나 고속도로 변에는 마을들이 정돈이 아주 잘 되어있다.
그런데 멕시코는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본 동네라고 해 봤자 겨우 도로 주변에 불과하지만 보이는 곳은 모두 다 달동네였다.
거듭 드는 생각 하나.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다.
*생각이 정리가 안되는지 뭐든 잘 안 써진다.
연필로 해 놓은 메모들을 정리하여 한국에 가서 다시 쓸 계획이다.
사진을 인화하여 올릴 수 있으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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