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오기 전이나 겨울이 오기 전
그러니까 이월 하순부터랑 십일월 중순부터 호되게 환절기 앓이를 한다.
여름이 오기전과 가을이 오기전에는 그다지 환절기를 타지 않는데
원인 모를 우울증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서 꽤나 침잠 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돌아가신 엄마 아부지가 이럴 땐 간절히 보고싶다.
나 아파요, 호해 주세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그렇다.
자살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어떤 허허로운 기운이 내 몸을 휘감고 돌면 얼른 늙어서 죽었으면 싶어진다.
어쩌다가 영화를 이십여년 넘게 하긴 했지만 과연 난 무엇을 사랑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글세 굳이 있었다면 자연 정도.
마음이 타인에게 가는 걸 나처럼 무서워 하는 사람도 있을까?
사랑하는 아버님 돌아 가시고
사랑하는 어머님 돌아 가시고
사랑하는 친구 이민 가버리고
사랑하는 친구 자살하고
사랑하는 친구 산사로 떠나 버리고
사랑하는 친구 종무소식이다.
사라져간 것들로 부터 받은 상처의 깊이가 치유되지 않아서 그럴거라고 자가진단을 해 본다.
혼자라는 사실이
때로 때때로 내가 사라져버린다 해도
타인에게 상실의 아픔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왔다.
멀리 북한산 자락엔 산 안개가 자욱하고
다가 오는 봄의 열기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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