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시장에 가보니.

monomomo 2006. 2. 23. 21:31

시장에 가 보니 봄 나물이 나왔다.

냉이며 달래며 등등.

보자기로 머플러를 두른 좌판 장사를하시는 할머님들을 보면서

굵은 주름살과 손톱 밑에 낀 때에서 생을 치열하게 살아 낸 그녀들의 그 흔적을 느낀다.

저걸 다 팔면 얼마일까?

글세, 어림잡아 한 오만원 정도?

원가를 빼고 나면 얼마나 남을까?

하루에 오만원을 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단순히 소일거리라고 보기엔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봄동을 다듬고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혹은 시금치 전잎을 떼어 내면서 먼지와 바람을 맞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의 건강한 모습에서

감정에 치우쳐서 외롭니 쓸쓸하니 하며 한낱 치기어린 감정에 젖은 내 감성을 반성 해 본다.

저들도 생활의 동선이 늘 반복 되어지는 그날이 그날일진대

난 정신적이 일을 한답시고 매양 이러고 있는 듯해서이다.

 

며칠 전 선배를 만났다.

왕의 남자 이야기를 하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미 감독을 포기 한지 오래.

그냥 좋은 프로듀서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기저기 벌려 놓은 일이 몇가지 있긴 하지만 아직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나의 기획력이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더군다나 쓰고 있는 시나리오도 뜻대로 풀리지가 않는다.

머리가 돌이 되어버렸나 보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뭐 그다지 좋은 머리는 아니라는 걸 일찌기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힐 줄이야.

 

오늘도 나는 시장통에 가서 생의 활력을 조금 받고 왔다.

시장 어귀 어디에선가

엄마가 날 위해 과자 봉다리를 들고 나타날 것만 같아서.

시장은 나에게 그리움이 깃든 곳이기 때문에 항상 그곳에 가면 힘이 솟는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를 못 한다고 하였거늘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늘 걱정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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