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이 며칠 거의 혼절 할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 앓고 있다.
밥도 한
4~5일 정도 못 먹었나 보다.
새벽녘에 잠시 눈을 붙였는데 꿈을 꿨다.
정보도 없는, 꿈도 아닌 것이 현실도 아닌 것이
가수면 상태에서 보여지는 끝 간데 없는 영상들에게 끌려 다닌 것이다.
크리스챤이 아니라면 무병을 앓는다고 말 할 정도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어디로 튈지도 모르게 이어지는 영상들 때문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도 그렇다고 안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꿈.
꿈에 그녀는 팝콘이라는 주제곡이 깔린 베어라는 영화를(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보고 나오는 극장 로비에 판을 편 작은 시사화
파티에서 만났다.
막걸리(먹지도 않는 술)를 권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띄고 그 특유의 걸음걸이로 왔다 갔다 했다.
케찹 통 같은
곳에 쵸콜릿 색깔의 막걸리를 빨아 마시고 입술을 닦은 뒤에 미몽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눈물.
꿈인듯 영상인듯 한 것에서 깨어 났을
때 난 문득 그녀의 눈물이 떠 올랐다.
그녀의 눈물을 나는 3번 보았다.
그녀의 눈물을 보기 전에 나는 그녀에게 질문 한 적이 있다.
연인과 헤어지고 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이야기를 해 주길레
"너도 울 때가 있었니? 아니 너도 울 줄 아니?"
"무슨 소리예요 지금?"
곧바로 날카로운 반응을 하면서 자기도 울 줄 안다고 말을 했지만
그녀의 눈물을 보지 않았으므로 난
그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물과 그녀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울었다.
"언니 우리 힘내자"
나를 안고 우는 그녀를 고목처럼 우투커니 뻐쩡팔을 하고 당혹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화장실에서였다.
그 다음에 또 그녀가 울었다.
"이젠 다시는 언니랑 같이 일 못 하는 건가요?"
"그럼 넌 또 다시 나랑 일 하려고 생각
했니?"
그녀의 눈물은 여전히 어색했다.
술집에서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녀가 운 것을 본 것은 그녀의 아버님이 돌아 가셨을 때 염하고 나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밥 먹을래요?"
"아니"
"나가서 담배나 한대 피자"
영안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면서 아직까지 물기가
가시지 않은 눈동자를 보면서
이렇게 눈물이 안 어울리는 아이도 드물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울어도 금새 눈시울이 젖어드는 내가
왜 그녀의 눈물 앞에서는 얼음장처럼 마음이 굳어지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왜 불현듯 그 생각이
떠 올랐을까.
한 번 닫힌 마음의 문은 망치로 부시더라도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전화라도 한 통 넣어서 밥이라도 한끼 사
줘야겠다.
거울이 되어 - 김현식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은. (0) | 2006.03.05 |
---|---|
[Dead Woman's Blues] (0) | 2006.02.27 |
거울이 되어 - 김현식 (0) | 2006.02.24 |
시장에 가보니. (0) | 2006.02.23 |
환절기 앓이. (0) | 200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