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튀고 싶은 날
나를 꽁꽁 묶어 놓기 위한 한 방편으로 약속을 만든다.
밥을 먹자, 혹은 술을 먹자.
정작 튀고싶은 곳에 가지 않기 위하여.
오늘 그런 날이다.
기차도 타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고.
산 아래, 강 옆에서 휘적휘적 넘어지고 싶은 날.
살고 싶어서 죽어라 죽어라 참아야 하는 그런 날.
흐르는 세월을 나무랄 건 없지만
그래도 나더러 같이 가자 하지 말라 부탁하고 싶은
더럽게 더럽게 외롭고 쓸쓸한 날
애꿎은 담배만 축내고 있자니
소주도 있잖냐고 같이 취하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