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미필적고의

monomomo 2006. 10. 5. 17:53

 

 

 

 

 

"태초에 타자와의 관계가 있었노라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고 하더라도,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존재 속으로
지나치게 깊이 들어감으로써,
혹은 당신을 나의 존재 속으로
지나치게 깊이 들어오도록 방치함으로써
미필적 고의의 죄를 범한 것."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中 ...

 

 

커피는 막 발목을 담군 가을을 닮았다
낙엽 타는 냄새를 닮아 싸하고
빛깔은 흑갈색의 아문 상처를 닮았다
마시면 달콤한 추억이 살짝 넘친다
조금 남은 쌉싸름한 뒷맛이
밀린 일이 남았다며 일어서란다



이만큼이나 살아내고서야 알게 된다
그래, 바로 커피맛 같은 것이었다
달면서 쓰고 그러면서 중독되는 맛
사는 것도 중독되는 거였다





시집 <삶아. 난 너를 사랑한다>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黃菊)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 정 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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