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해 동안 나와 함께 동고동락한 디지털 카메라가 몇달 동안 눈을 감은채 제 역할 다하지 못하고 있었었다.
무엇이든 보이면 정신없이 셧터를 습관처럼 눌러댓었는데,,,
카메라가 눈을 감은 것이 아니고 내가 눈을 감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으니까.
어젠, 간만에 촬영장에 가서 겨우겨우 몇 컷을 찍었지만 프레임 안에 들어 오는 모든 컷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셧터의 순간이 영원을 좌우한다? 인지 기록한다인지,,,십 수년 전 어느 스틸 기사님이 해 주신 말씀이 뜽금없이 기억났다.
순간이,,,,영원,,,,그 말이,,,또 다른 의미로 다가 왔다.
지금은 대가가 되었지만 내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피붙이 처럼 잘 해 주시던 감독님을 만났다.
단편 영화를 찍을때도, 저예산 영화를 찍을 때도 늘 도움을 주시고자 했던 분이셨는데
난 내 일에만 급급해서 내 볼 일만 보고 왔다.
돌아 오는 내내 전화라도 넣어 드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또 잊고 말았다.
그 분와 쌍벽을 이루던 분(이 강산 조명 감독님)이 돌아 가셨다.
<괴물>이 유작이 되어 버린 그 감독님과 두 작품을 하면서
세상에 저렇게 착한 분도 계시는구나라고 늘 마음에 두고 있었던 분이셨는데.
꼭 함께 일 해 보고 싶었던 감독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다.
아무리 어째도 아직까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머리가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
그 동안 개발하던 시나리오가 원점으로 돌아 갔다.
처음 투자사 측에서 방향을 바꾸자고 했을 때 박박 우겼어야했는데
빗나가 본 적이 거의 없는 직관과 예감이 50억 정도를 투자 받아야 하는 거대 자본 앞에서 잠시 주눅이 들어 지고 말았던 것이 후회스럽다.
이제 와 내가 처음에 하려고 했던 방향으로 다시 가자고 한다.
어이가 없지만 어쩌랴,,,난 아직 제작 초년병인 것을.
이참에 겸사겸사 그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시나리오를 하나 직접 쓸까 한다.
그 지긋지긋한(그러나 매력있는)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멜로든, 로멘틱 코미디든.
그럴려면 그 동안 시간을 방탕하게 보낸 습관을 버려야 하는데,,,걱정이다.
당분간 다리를 묶던지 궁뎅짝을 묶던지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있는 습관부터 길러야겠다.
계절에 의해 휘둘리는 이 감정은 언제쯤 다스릴 나이가 될지,,,
단지 기온이 떨어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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