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호되게 앓다.

monomomo 2006. 10. 9. 01:28

작년 이맘 때 쯤 호되게 앓았다.

오한과 발열과 두통을 동반한 열병을.

먹지도 못하고 근 한달 간을 앓았던 것 같다.

영화를 기획하고 스튜디오 건립 건 때문에 보도 듣도 못한 강원도 땅 어느 한자락을 도면을 보며

파고, 자르고, 올리기를 반복하며 건설 현장의 언어를 익혀 갈 즈음

한 영혼을 가슴에 들이느라 힘겨워 했다.

그 영혼을 가슴에 담고 앓고 또 앓으면서

10월의 산자락에 아침이면 피워 오르던 안개가 서러워

계절을 핑계삼아 눈물깨나 흘렸었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힘이 그렇게 나오는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만큼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보여서 뽕 맞은 사람처럼 헤헤실실 웃었다.

또 앓는다.

그 때와 증세는 같지만 다른게 있다면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 영혼을 비워내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영혼을 비워 내느라 앓고 또 앓으면서

아침이면 버릇처럼 베란다로 나가 북한산을 본다.

작년 이맘 때 쯤 산을 뒤덮던 똑 같은 산 안개를.

 

낮에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명치 끝이 툭 부러지듯 아팠다.

이렇듯 느닷없이 아픔들이 치밀고 오면 시도 때도 없이 울컥울컥 눈눌이 솟구친다.

아무상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불안하고 허망하고 하여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어지럼증이 일어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렇게 백날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올곳이 시간을 죽이느라 또 앓는다.

 

항상 그 다음이 문제다.

그 다음이.

내가 준 것은 마음이었지만 받은 것은 마음 이상이었는지 에너지가 소진되어,,,견뎌야 하는 시간 시간이 힘들다.

어찌, 이만큼도 아프지않고 견딜 수 있는 일이었으랴 싶어 참고는 있지만

하루 빨리 1년전 비록 무의미한 나날이었지만 고요하고 평화스러웠던 날이 오기를 기대 해 본다.

욕심이 있다면 이런 아픔이 나만의 것이기를 바래 본다.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MRI 를 찍다.  (0) 2006.10.12
배가 고팠다.  (0) 2006.10.11
- 이 용채 - -상처입은 새는 떠나지 않는다-  (0) 2006.10.08
한 아이를 위한 기도.  (0) 2006.10.07
명절이란다.  (0) 200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