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요? 왜 당신은 자꾸 당신 아닌 척 하느라 애를 쓰죠?"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지?
난 가만 있었을 뿐인데.
"모오? 내가 모?"
"아무리 냉정한 척, 강한 척해도 다 보여요. 정 많고 여린 사람이라는 거"
그런가? 그건 아닌데. 그거야 뭐 그리 생각 할 수도 있겠지.
그런다 해도 뭐가 달라지는데?
아무 것도 없다.
냉정하든 강하든, 정 많든 여리든, 아무 것도.
모로 비틀어 말하는 엇나가는 고약한 말 버릇이 여지없이 발동하다 참는다.
타인의 감정을 염려하는 거, 이거 싫은데,
혹시라도 웃어 주면 오해 할까봐 웃어 줄 수도 없고.
꼬마 때부터 해질녘이면 뒷산엘 올라갔다.
밥 짓는라 굴뚝마다 피워 내는 연기 냄새가 바람에 실려와 온 동산을 뒤 덮던 시간.
동산에 서서 나는 보았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 끝자락이 불타듯 고혹적인 색깔로 물들여진 광경들을.
달이라도 일찍 뜨는 날이면 배고픔도 잊고 넋을 놓고 쳐다 보았다.
그때 결심했다.
내 맘에 아무도 들이지 않고 혼자 살 것이라고.
내 나이 열살 때였다.
나무와 들풀과 꽃들에 홀리고 바람과 물과 길에 홀려서 참 많이도 싸돌아 다녔다.
혼자.
혼자였다.
지금까지도 계속 혼자.
어디론가 정처없이 길을 나서면 함께 하는 친구들.
민들레, 제비꽃, 자운영, 망초, 쑥부쟁이,,,,바람과 구름과 물과 길들.
해질녘이면 나 항상 아직 거기 서 있는 듯 굴뚝에서 솟아올랐던 연기 냄새가 그리워진다.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일할 때도 이상하게 그 시간만 되면 순간 멍해지곤 했다.
이렇게 잠 안 오는 밤이면 멸치 국물 우려내서 가는 면발로 만든 뜨거운 국수가 생각난다.
그 퍼런 포장 틈새로 들어 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시린 손 불면서 먹던 국수가.
누군가 그랬다.
비밀이 펄럭이는 포장마차에서 쐬주 한잔 하고픈,,,그런 날이 있었다고.
그래도 꾹 참는다.
시절이 그리운 게지 설마 맛이 있으랴 싶다.
2005-12월8일.낮달.
2005-12월8일.목요일의 달.
낮달이든 밤달이든 참 많이도 찍어댔다.
저 날은 후배 아버님 문상을 간 날이라 정확히 기억하는데 낮달과 밤달의 모양이 다른 것 같다.
강남달과 강북달의 차이인가?
달이 휘영청 밝게 떠 있네.
젠장.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0) | 2006.12.09 |
---|---|
하얀 옷을 입은 천사님께 (0) | 2006.12.08 |
끝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2 (0) | 2006.12.07 |
끝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1 (0) | 2006.12.07 |
The Waiting (0) | 2006.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