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불려 놓은 미역을 미루고 미루다 국을 끓인다.
너무 많아 끓일 엄두가 안나서 베란다에 내다 뒀는데 더 많이 불어 있었다.
마늘 한 줌 넣고, 멸치 몇 마리 넣고
우러날 것도 없는데 마치 곰국 끓이 듯이 푹 고고 있다.
어제 밤 늦게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놀러가도 되느냐고.
그 아이가 놀러 온다는 거 처음으로 오지 말라고 했다.
마치 제 집 마냥 옷도 척척 꺼내 입고 뭐든 지가 만들어 먹고.
무언가를 만들어서 먹으라고만 하지 않으면 뭘 하든 내버려 두니까
내 집을 제 집보다 더 편안해 한다.
더 중요한 건 있거나 말거나 말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편한 아이라서 온다고 하면 항상 그러라고 했는데.
언니, 뭐 만들 건데 먹을 거야?
아니 너 먹을 만큼만 만들어.
이유인 즉은 나와 전혀 입이 맞지 않아서다.
뭐든 달작지근하고 기름 듬뿍 두르고 거기다 짜기까지.
심지어 어쩔 땐 냄새만 맡아도 질색팔색하는 삼겹살을 사 와서 구워 먹는다.
난 뭐든 담백담백인데.
언니, 미원, 언니, ??(그 뭐더라,,소고기나 멸치 이런 거 가루로 된 거..)
이런 덴 그런 걸 넣어야 맛이 나는데,,아쉬워 하면서 중얼 거린다.
없는 거 뻔히 알면서도 매 번 찾는다.
그럼 난 어디로 가지?
집으로 가라.
가기 싫어.
그래도 가라.
알았어.
시무룩한 목소리다.
언니, 술값이 없어. 가지고 내려 와.
언니, 택시비가 없어. 집으로 갈테니 택시비 좀 가지고 내려 와.
언니, 친구랑 술 마셨는데 너무 늦어서 갈데가 언니 집 밖에 없어.
언니, 이거 나 줘.
언니, 뭐 먹고 싶어? 사 줄께.
새벽 2시건 3시건 마다 하지 않았는데.
미역국을 끓이다 보니 오라고 할 걸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입 하나 들이는 건데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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