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인가?
음악회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아서 찾아 다녔어요. 그런데 없더라구요. 없다는 걸 안 다음부턴 편해졌어요"
왜 찾아 다녔을까?
자기와 같은 사람을.
만약에 찾았다면 찾아서 뭘 어쩌려고 했을까?
난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찾아 다니지도 않았다.
다만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나와 같을 것 같은 사람을.
화가 나리만큼 서로의 닮은 꼴을 싫어 하면서도 어찌하지 못했던 관계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고 같은 시간에 함께 있지 않았어도(함께 있을 수 없었으므로) 같은 생각을 했으며 많은 사고의 영역들을 공유했었다.
그랬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모르겠다.
"남편이 죽은지 한달 됐어요"
"예,,힘드시겠어요"
"아니요. 힘은 안 들어요. 다만 좀 미안해요."
"그래도 그,,,부재감 뭐 이런 거,,,"
"없어요. 더 잘 해 줄 걸 그랬다. 이런 생각 조차 없어요. 그럴 자신 없었거든요. 싸우지도 않았어요.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 사람,,,좋은 사람이긴 했지만 나완 너무 맞지 않았어요. 내가 아닌 부인을 만났더라면 잘 살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좀 미안해요. 난 누굴 만나든 이렇게 살았겠지만 그 사람은 나 아닌 다른 사람 만났으면 잘 살았을 거라는 거 알거든요. 그냥 결혼 했어요. 그냥,,, 좋아 본 적도 없었구요. 아이들 둘을 낳고 17년을 살았는데도 정이 없어서 그런지 허전함도 없네요.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 같아요."
",,,,,,,,,,,,,"
그럴 수도 있구나,,,
결혼을 그냥 한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갔지만 한번도 좋아 본적도 없는 사람하고 애 둘씩이나 낳고 17년을 살 수도 있구나,,,
답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낙천적이고 당당할 수 있을까?
내내 그것이 의문이었다.
하루하루 살아 간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아깝고,,등등.
들을 수록 미스테리였다.
그녀는 거의 매주 음악회에 다니는 것 같다.
살다보면 자기와 같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다.
느낌은 받는 것이지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주지 않았는데도 상대가 받아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 같다.
백번을 아니래도 그렇다고 우기면,,,정말 난감해진다.
서로 그런 느낌을 동시에 느껴도 답답할 노릇을 혼자만 느낀다는 건 불행이다.
더구나 그런 느낌을 상대에게 강요했을 땐 서로에게 불행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도저히 줄긋기가 안되는 상황인데도 그런 것 같아서 박박 우기면서,,,심지어 지나간 감정까지 끄집어내서 그땐 그러지 않았느냐며 우수운 억지를 부린 적이.
본인에게나 상대에게나 득 될일 하나 없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도대체 그런 집착은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인지.
난데없이 한 사람이 나타나서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살자고 뎀빈 일이 있었다.
어이도 없고 기도 막혔지만 설득 할 의사도 없었다.
관심 밖이었으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이없는 대사를 날렸다.
"나와 닮았으니까요"
헉~~!!
뭔? 어디가? 무슨 말을 했다고?
언젠가 블로그에 쓴적이 있는 사람이다.
친구의 친구였는데,,,며칠 전 밥을 먹자고 전화가 왔다.
밥 사주고 싶다고, 내가 원하는 건 다 해 주고 싶다고.
딱 거절을 했다.
"내가 해 주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게 해 주세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밥 사주지 마세요. 안 먹고 싶어요."
",,,,,,,,,,,,,, 좋아하는 사람이 싫다는 건 안해야죠."
다행히 말귀를 잘 알아 들었다.
고마웠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말귀를 못 알아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화를 했나? 왔나? 기억이 없다.
"그 사람이 밥 먹자고 그럴 때 니가 생각 나더라."
"언젠 생각 안나고?"
"생각이야 항상 나지. 그런데 좀 특별히"
"하하하"
"갈테니 밥 사줄래?"
"어이구, 같이 밥 먹다가 얹히겠다."
"나도 얹힐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내가 그렇게 꼴뵈기 싫으냐?"
"웅"
",,,,,,,,,넌 니 애들만 좋지?"
",,,,,,,,,,,,,,,,"
곤란한 질문에선 항상 침묵으로 일관한다.
가끔씩 아는 이들한테 전화를 한다.
용건이 뭐냐고 묻는다.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싱겁다고 말한다.
알았다 그러고 끊는다고 하면 어이없어 한다.
헌데, 나보다 더 하다.
왜라고 물으면,,,꼭 전화 건 사람이 말해야 하나? 그런 법이라도 있나? 그러곤 수 분씩 가만 있는다.
귀엽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다.
하긴 뭘하든 밉겠나.
바쁘단다.
12월은 이러저러한 행사가 많아서.
그런 것도 하고 사냐니까 되 물었다.
내가 뭐 인간 말종인지 아냐고,,,인간 말종인지 알면 내가 너랑 연락하고 지내겠냐? 라고 응수해 주려다 만다.
알고 있을 것이다.
늘 그렇게 주어가 없어도 통했던,
아무말 없이 숨소리만 내고 있어도,
그냥 알 것 같은 서로의 느낌.
미친 사람처럼 헤헤실실 거리게 했고
가끔씩 나를 거실까지 뛰쳐나가 드러눠서 미친듯이 웃게 만들었으며
끝도 없이 눈물을 빼게했던,,
,,,,,,,,,,,,,,,,,,,,,,,,,,,,,,,,,,,,,,
이런 저런 이야기 후,,,전화를 끊고 내내 귓가를 맴도를 소리는 정작 그 아이의 소리가 아닌 외려 다른 사람의 소리였다.
",,,,,,,,,,,,,, 좋아하는 사람이 싫다는 건 안해야죠."
그럴 수 있기를 바랜다.
나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 나오는 그 나와 같은 사람.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영화가 갑자기 떠올라서 주절거려 보았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이후인데도
어떤 같음이 있음 또한 알기에
그 같음이 올곳이 나만의 것이였는지 아님 정말 그 아이도 그리 느꼈었는지
그런다고해도 달라질 것도 없건만 도대체 무엇이 날 이렇게 120% 해제 시켰을까?
궁
금
하
다.
머잖아 경춘선 기차를 탈 것 같으다.
미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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