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일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늘 어제와 같음이다.
컴퓨터와 휴대 전화기가 아니면 시간을 알 수없이 살아있는 시계가 없는 집이지만
밤이나 낮이나 시간과 아무 상관없이 내하고 싶은대로 살기 때문에 아무 불편함이 없다.
눈을 뜨는 시간이 아침이고 잠드는 시간이 밤이다.
아니 밤 낮 이런 거 굳이 구분조차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자유고 나쁘게 말하면 방종인 그런 생활.
그러니 해가 가든 오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특히 명절이나 휴일, 기념일 등등.
그날이 그날이므로.
가급적이면 위악적이려 하는지 아님 정말 악한지는 모르겠으나
저번에 선배로부터 온 전화를 너무 모질게 받아서인지 통 전화가 없다가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내일쯤 한번 전화를 해볼까 생각 중이었다.
어떻게 지내?
잘
뭐하고?
그렇지 뭐.
왜 그러고 사니?
뭘?
사람도 만나고 좀 그러지
왜 그래야 하는데?
사람이니까
훔,,난 선배가 생각하는 것 만큼 불편하지 않아.
목소리에서 외로움이 묻어 나는데?
그런다고 사람을 만나나?
사람을 만나야 연애도 하고 그렇지
됐네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걸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니까.
장난은, 연휴에 집에 있을 거냐?
예
뭐하고?
늘 하던 거 하면서
늘 하던 게 뭔데?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보는 거지 뭐. 달리 내가 하는 게 따로 있나?
그렇게 노니 좋냐?
놀다니? 내게 이건 일이야. 책 읽고 영화 보는 일이 얼마나 눈 나오고 머리 쥐나는 일인지 알아? 다른 사람처럼 휴식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단순한 즐거움으로 읽는 그런 것과는 다른 거라구. 내내 책을 읽는데 원하는 소재가 며칠째 발견이 안 되면 꼭지가 돌 것 같어. 머리가 좋아서 뭐가 턱턱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설사 떠올랐다 하더라도 쉬 써지는 것도 아니고 참내, 놀다니, 내가 미쳐요. 왜 사람들은 발로 뛰어 다니고 손으로 일하는 것만 일한다고 생각하지? 뭔가 필 받아서 생각이 마구마구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 행여 끊어질까봐 눈도 못 뜨고 몸도 안 움직인단 말이야. 그런 거 알기나 해?
알았다.
난 낼 시골 간다.
잘 다녀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고.
너도.
예.
들어 가라.
예.
이상하다. 꼭 전화 끊을 땐 들어 가라 그런다.
어딜 들어 가라는 건지.
하긴 나도 전화를 끊을 땐 "알았어""그래" 이렇게 마무리를 한다.
끊으면서 생각한다. 뭘 알고 뭐가 그렇다는 건지. 습관이다.
해마다 이맘 때 쯤 되면 웃기는 생각이 하나 스친다.
전매청이나 진로에서 감사패 안 오나?하는.
집 안에 베인 경로당 냄새와 베란다에 쌓인 빈 소줏병을 보니 기도 안 찬다.
기억에 없는 편지와 기억에 없는 전화, 더러 기억에 없는 블로깅도 한다.
때때로 사라진 날들과 행동들이 저 빈 소줏병 안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울 것도 없는 새 날이 오면 이 규칙적인 생활에서 좀 벗어나볼까하는 가당찮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다.
규칙적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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