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거의 팔도 김치를 먹고 산다.
집에서, 언니에게서, 친구에게서, 선배 혹은 아는 이들로부터 김장철이면 꼭꼭 부쳐 온다.
아직 작년 묶은 김치, 재작년 묶은 김치가 많이 남아 있는데 올해도 여러군데서 김장 김치들이 속속 도착 했다.
그런데 전부 배추 김치들이다.
난 무로 만든 것들을 좋아 하는데.
무라면 무나물, 동치미, 무 말랭이, 무국, 노란 무, 무채 김치, 깎뚜기,,,,등등
생선조림도 무가 더 맛있고 모밀을 좋아하는 이유도 소스에 들어있는 무 갈아 넣는 그 즙 맛이 좋아서다.
어느 날, 동치미가 무척 먹고 싶었다.
살얼음이 살짝 낀 시원한 국물이랑 그 아삭아삭한 무가.
헌데 방법이 없었다.
어디서 파는지도 몰랐고 내가 좋아하는 동치미가 나오는 고깃집이 있는데 강남에 있어서 가려면 무려 한시간이나 걸린다.
게다가 거긴 생고기 집이라서 혼자 가서 먹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누구랑 가기엔 너무 비싼 고깃집이다.
가격이야 그렇다쳐도 그걸 같이 먹자고 섭외할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밥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을 고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여,
담궈 보기로 했다.
작년에 주말 농장에서 가꾼 무와 배추 전부 기부를 하고 무 3개 가지고 온 것 중에 한개가 남아 있어서 잘라 봤다.
크~~ 구멍이 숭숭,,,바람이 팍 들어 있었다.
일단 슈퍼로 가서 아주머니한테 동치미 담그는 법을 자자세세히 설명을 듣고 (한 번 담궈 보긴 했으나 그 맛이,,,가관이었다) 무 한단을 사왔다.
하나는 안 팔고 단으로 판단다.
어마무시하게 크고 무거웠다.
슈퍼 아주머니가 설명해 주신대로 담궈 놓고 간을 봤다.
캬~~ 냄새가 좋은 게 맛있을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었다.
안 익은 거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무 하나를 건져서 씹어 봤다.
어이가 없어서 피식피식 웃었다.
그렇게 다섯개 짜리 무 중에 하나는 동치미를 담궜고 하나는 깎뚜기를 담궜다.
나머지 3개가 문제였다.
저걸 어쩌나 하고 내쳐 뒀는데 오늘 잘라봤다.
바람이 들려고 이제 마악 폼을 잡았다.
흠마, 어쩌나,,,고심 끝에 썰어서 말리기로 했다.
적당한(사실은 좀 크게) 크기로 채를 썰어서 방 바닥을 닦고 쫙 깔았다.
아래와 같이.
손이 아팠다.
펴 보니 물집이 생겼다.
겨우 무 3개 채 썰었는데 물집이라니.
참, 기타등등 어처구니가 없다.
그나저나 동치미는 언제 익나?
어이~! 도마도~~! 언제 집에 올때 말이시 먹지도 않는 고구마 케익 이런 거 말고 동치미 쪼까 가져 오면 안될까나?
재작년에 준 총각무김치,,,맛있었는디,,,
기대해도 되쟈?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모든 저녁 1-유하 (0) | 2007.01.07 |
---|---|
Blues Company - Crippled Mind (0) | 2007.01.07 |
만약에,,, (0) | 2007.01.04 |
쌔벼 온 찻잔에서 나는 차의 향기 (0) | 2007.01.03 |
나윤선 -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 (0) | 2006.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