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마이다스의 손이다.
무엇이든 만지면 다 고장낸다고 같이 일하는 놈이 붙여 준 이름이다.
"신기해~~!! 어떻게 감독님 손만 거치면 뭐든 고장이 나는지. 미스테리야. 고장내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니까"
"아니야, 정말 난 아무 것도 안 만졌어. 진짜야"
"알아요. 그랬겠죠. 저절로 고장이 난거 알아요. 하하하하"
사실 그랬다.
그냥 껐다 켰는데 안 된다. 심지어 어떤 전자 제품은 누가 꽂아도 되는 사시꼬미(갑자기 단어가 안 떠 오른다)조차 내가 꽂으면 말을 안 들으니 하는 말이다.
어렸을 때 라디오, 시계 뜯어 놓고 망가뜨린 것도 몇개 된다.
물론 엄청나게 혼났다.
그 이후론 연장류나 기계류는 절대 안 만져서 연장이라고는 호지키치인지 스테플인지랑 스카치 테프, 가위, 연필 깎는 칼 정도 겨우 만질 줄 안다.
집 안에 몇개의 못이 박혀있지만 내가 박은 것은 컴퓨터 앞에 십자가 걸어 놓을라고 하나 박은 것 외엔 거의 연장치에 기계치다.
이 집에 이사 온지 7년째 접어 든다.
수도 꼭지도 쨀잴 새고 변기통도 찔끔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 된지가 1년은 넘은 것 같다.
뭐든 고장이 나면 일단 버틸 때가지 버틴다가 나의 제 1원칙.
그런 내가 뭘 믿고 그랬는지 몰라도 드라이버를 들었다.
지난 가을부터 이상하던 키보드를 고친다 고친다 하면서 1년을 넘게 버팅기고 있다가
글자가 하나 둘 안 먹기 시작하더니 이젠 자판이 들어가서 아예 나올 줄을 몰랐다.
그게 지난 년말이었다.
하여 데스크 탑은 꺼 둔채 노트북으로만 작업을 했다.
헌데 노트북 역시 자판이 글자가 날라 다니면서 엉망이었다.
해서, 일단 들어가서 안 나오는 자판 정도 쯤이야,,라고 우습게 생각하고 드라이버를 들었다.
쪽집게(이것도 연장인가?)로 들어 간 글자 보드를 뜯어 먼지를 제거 해 준 다음 어찌어찌해서 잘 맞췄는데,,,아뿔싸,,그도 저도 안 되는 것이었다.
전원 자체가 안 들어 왔다.
키 보드를 들고 전파상엘 갔는데 거기서는 못 고치는 것이란다.
내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다.
본사에 보내서 고쳐 쓰란다. 아니면 새로 하나 사던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데스크 탑에 들어있는 자료들도 봐야했고 음악도 들어야 하는데,,,
노트북으로 음악을 들어 볼까하고 시디를 넣으려고 하는데 노트북마져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시디 플레이어가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노트북을 둘러메고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시디 플레이어가 안 나오는데요"
서비스센터 기사가 플러그(지금은 생각나네)를 꽂고 버튼을 누르자,,,누르기가 바쁘게 열리는 것이었다.
"잘 되는데 뭐가 안된다고 그러세요?"
"앗,,이상하다. 아깐 분명 안되서 가져 왔는데,,,"
"에이,,, 설마,,,"
"진짜예요,,,참참참."
우리 지역 삼성 서비스센터는 매장이랑 같이 있다.
간김에 매장을 둘러 봤다.
어차피 지금 당장 고치지도 못하는 키보드라면 하나 사자싶어서.
사는 값이나 고치는 값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물론 기계식은 아니다.
키보드를 사고 돌아 서려는데 냉장고를 세일한다고 써 있었다.
안 그래도 냉장고를 바꿀까 했는데,,잘 됐다싶어 가서 봤더니 싸긴 쌌다.
내 냉장고는 어찌나 전기를 많이 먹는지 내가 여행을 가고 없어도 5만원 정도 전기세가 나온다.
같은 크기의 냉장고가 100만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몇번을 망설이다가 돌아섰다.
사시 사철 얼음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자동 제빙장치와 얼음 슬라이스 기능, 그리고 정수기능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것이다.
그런 기능이 있는 냉장고를 봤더니 거의 값이 3배에 가깝게 비쌌다.
하긴,,,지금 냉장고도 아이엠에프 때 거의 5백만원 돈 하는 것이었으니.
정수기 휠터를 하나 사왔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삼성이랑 제네랄 일렉트릭이랑 그,,뭐지,,아구인지,,하여간 맞물리는 그 꼬다리가 맞을지 어쩔지.
그 아저씨께 말했다.
"가서 안 맞으면 다시 가져와도 되나요?"
"물만 안 묻히면 되요. 맞춰만 보고 안 맞으면 가지고 오세요."
"원래 이런 건 국제 규격 아닌가요?" 뭘 안다고 한마디 했다.
"글세요, 삼성 맞는 건 확실 한데 다른 건 모르겠네요"
"아,,,예,,,"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어쨌든 노트북에, 키보드에, 휠터를 들고 오는 길에 며칠 전부터 아팠던 어금니를 치료하러 치과를 들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오래 기다려야 하나요?"
"예,,뭐 하실 건데요?"
"공구리요."
"아,,,공구리,,,"
"땜빵,,,하하하"
"땜빵,,,하하하"
그거 전문 용어가 뭔지 지금도 모르지만 간호사인지 의사인지랑 잠시 웃었다.
"좀 기다려야 하는데 바쁘면 아무데나 가서 하세요. 이 근방에 치과가 한 40개 될 겁니다"
"아,,예 ,,감사합니다"
내심 기뻤다.
치과에 가면 늘 무섭다.
필요에 의해 갔으면서도 딴 데로 가보라는 그 사람이 어찌나 안도감을 주던지,,,얼른 돌아서 나왔다.
그래,,,치과는 내일 가는 거야. 오늘은 사실 너무 많은 일을 했어.
집으로 오는 길에 곶감을 샀다.
노트북에 키보드에 휠터에 이것 저것 들어서인지 꼭 애밴년 짐짝 든 냥 힘없이 출레출레 걸어 왔다.
다행히 정수기 휠터는 잘 맞았다.
키보드를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주절 거린다.
촉감은 역시나 기계식 보다 못하지만 당분간 이걸 사용해야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첩질하는 마음이 이런 맘 아닐까 하는.
새 것,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능력이 딸려서 드는 생각일까?
새거긴 하지만 익숙지 않고,,그렇다고 옛것은 지금 쓰기는 좀 그런 상황이고,,우선 쓰다가 다시 저거 고쳐서 쓸 마음을 품고 사용하고 있어서 든 생각이다.
노트북이랑 한 며칠 바람을 핀 것 같다.
데스크 탑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마치 며칠 여행 끝에 돌아 온 집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유일까?
치과 가는 것 하나 빼고는 기계를 다루는 일도 두 가지나 성공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할까,,,
이렇게 기분이 꿀꿀한 날이면 왠지 듣고 싶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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