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였나?
이제는 뭐든 기억이 가물가물 해진다.
하여간, 그해에
벌판이든 초원이든
지평선 너머로 해지는 것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어도 상관없었다.
눈 내리는 오후에 캔맥주 하나 들고
무작정 기차를 탔다.
문산가는 비둘기호
거기가 어딘지 모르나 어느 교회당 첨탑이 보이는 곳에서 무작정 내렸다.
그리고 걸었다.
논둑길을 따라서 하염없이,,,
벌판 비스므리한 논 언덕배기에 비스듬히 누워서
한대의 담배를 안주 삼아 캔맥주를 마셨다.
눈 발이 흩날리던 날이었다.
답답해지면 늘 벌판이 보고 싶어진다.
지금, 난
몇시간째 달려도 같은 길로 이어지던 몽고 가던 그 해질녘의 침렵수림이 보고싶다.
침렵수림 사이로 빛나던 해질녘의 붉은 햇살이.
곡성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2006, 음력 정월 대 보름날)
그대에게 가는 길 / 안도현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0) | 2007.01.15 |
---|---|
,,,,,,,,,,,,,,,,,,,, (0) | 2007.01.12 |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0) | 2007.01.09 |
마이다스의 손 (0) | 2007.01.08 |
인연, 인연들. (0) | 2007.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