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인연, 인연들.

monomomo 2007. 1. 7. 17:00

 

 

아주아주 오래 전, 중 고등 학교 때.

학원이란 문학 잡지가 있었다.

언제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거기에 동화를 써서 보낸 적이 있다.

지금은 그 내용조차 기억이 안 나지만

가작,,,이었다.

그때 안치행이란 필명을 가지고 시가 당선 된 소년이 하나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펜팔이 시작 되었다.

제법 시스러운 글들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시인의 꿈과 소설가의 꿈을 키우며 대충 100통이 넘게 오갔다.

고3, 2학기 쯤.

우리는 건전하게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뭔가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공부를 해야 할 때니까 서로 합의 하에 펜팔을 그만 두자고 했다.

연애 감정을 갖고 편지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가끔씩 생각 났다.

시를 참 잘 쓰던 소년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해

그 소년의 시를 신춘 문예 당선 작품으로 만나게 되었다.

동아 일보, "서울로 가는 전 봉준"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첫 시집"서울로 가는 전봉준"이후, 계속해서 줄줄이 시집과 작품집들을 엮어 냈다.

속으로 생각 했다.

어째 잘 쓰더라니.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통화는 서너번 했지만 지금까지 만난 적은 없다.

 

선배가 지역 주민을 자치 활동을 한다.

정치색도 없잖아 있지만 주로 환경 운동과 나누미 활동, 등등 아름다운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곳의 사람들이 해마다 가서 농삿일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

판화가 이 철수씨 댁.

피사리를 주로 한다.

 

내가 만든 단편 영화는 한 강 씨 원작 "여수의 사랑"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http://blog.daum.net/moxdo/154460

작품을 영화화 하겠다고 허락을 맡은 뒤 비록 단편 영화지만 원작료를 주겠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해서 그럼 잘 만들겠노라고 원고료를 대신해서 다짐을 했다.

이 후, 단편 영화를 만들어 비디오를 건넸고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전에 한 강씨와 여행을 갔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강원도 폐광에 취재를 가는데 관심 있으면 같이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2박 3일 폐광들을 돌아 다녔다.

특이 했던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먹으로 가자고,,,아침 안 먹는다고,,,올해의 자기 꿈이 살 찌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억지로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눈빛이 너무 깊어서 사슴을 연상하게 했던, 목소리 마져 낮고 느리고 깊어서 눈빛과 같은 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만 쓰느냐고.

"전 어려운 게 더 쉬워요"

그렇지. 어려운 게 더 쉬운 사람도 있지.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또 한 사람 있었지.

시를 쓰고자 했던 내게 시는 너무 쉬워서 어려워요. 그래서 전 소설을 써요. 어려운 게 더 쉽거든요.

이 후 그녀는 " 검은 사슴"이란 꽤나 두꺼운 장편 소설을 써냈다.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위해서 무주에서 한 석달 머물렀던 아이가 있다.

프리지아를 사 들고 와서 환하게 웃어 주던 아이였는데

그 아이랑 작품을 하기로 하고 난 가끔씩 내려 가고 그 아인 거의 거기서 상주를 했다.

동시에 연풍연가와 텔미썸씽 팀도 같이 있었다.

그 해 봄이 되자 그 아인 화이트 발렌타인을 썼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하다가 시가 그만 당선 되는 바람에 시인으로 눌러 앉아 버린 아이.

법률가가 되라고 아버님이 이름자에 률자를 넣었다고 고민했는데 운률률자로도 읽히니 열심히 시를 써보라고 해서 기뻤다고 천진하게 웃던 아이였는데.

그 아이 책이 요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해서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에 글을 써 "끌림"이란 이쁜 책을 냈다.

 

가끔씩 모임에서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의상을 입고 오는 시인이 또 있었다.

김경미.

비로드 천으로 된 의상이라거나 아님 머리에 이상한 장식이 된 꽃핀 같은 걸 꽂고 와서 웃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어찌나 눈이 새카만지 영혼이 번쩍번쩍 빛나는 것 같았던 사람.

 

그리고 어제 만난 가수 이지상씨.

신보가 나왔는데 거기 실린 곡을 엠피로 변환해서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더니 쾌히 승낙을 해 줬다.

 

이 이야기를 왜 썼느냐 하면

바로 저 사람들을 다 따로 따로 알게 되었고 시간차도 다 달랐고 그때는 작가가 아닌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 모두가 동인이나 모임의 한 일원이 되서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가수 이 지상씨는 한강씨가 시를 쓰고 작곡을 한 노래를 함께 불렀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은 종종 겪었지만

역시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 있더라도 끼리끼리 뭉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다.

 

간만에 좋은 자리였다.

기분이 많이 업되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재미있어 했다.

무슨 말을해도 웃고 또 웃으면서 좋아라 했다.

나는 그것이 외려 웃겼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있냔다.

허~~!!

개그맨도 아닌데 왜들 웃지?

말을 맛있게 한다나? 어쩐다나?

심지어 설레기까지 한단다.

암말도 안하고 있으면 속이 깊어 보여요.

입을 열면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즐겨하지는 않으나 이왕지사 갔으면 안 간만도 못한 자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도시 열지 않는 입을 열고 말을 하게 된다.

아니면 그냥 화장실 가는 척 하고 슬그머니 내빼거나.

집에선 나 하나도 해결 못하고 끙끙 앓고 있던 말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늘 밝고 명랑하고 진취적이며 여장부 같고 그런단다.

심지어 10년을 같이 일하는 놈조차도 나의 우울한 모습을 보면

감독님 같지 않아요란다.

내가 어떤데?라고 물으면

제가 아는 감독님은 안 되는 게 없는 분이예요.

절대 불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는 일도 늘 해내셨던 분.

그래, 나 무대뽀다.

아마도 블도저 정신과 갈보 근성으로 성실하게 보여진 외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헌데 어제는 정말 좋은 자리였었다.

어쩌면 내가 죽어도 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자리라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가수와 시인,,,그리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

늘 날 기죽게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그 안에서 난 적어도 순수, 내지는 순결 할 수 있었다.

선배가 말했다.

난 아무래도 시인과는 연애 할 수 없을 것 같애.

웃었다.

그렇죠, 가수라면 모를까 시인은 좀 그렇죠?

 

 

시심을 가졌으면 이미 시인 아니냐며 박박 우기면서 시를 써댔던 시절 하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아/렸/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시가 되던 시절이.

 

 

 

 

 

이지상-한강 - 12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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