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천국에서 사는 기분.

monomomo 2007. 2. 22. 15:56
 

"넌 천국에서 사는 줄 알아라"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서

친구는 말했다.

천국에서 사는 줄 알아라.

아,,,내가 천국에서 살고 있었구나.

 

친구의 호출.

선배의 호출.

아는 이의 호출.

두루두루 바빴다.

나름대로.

거절 할 수 없는 호출들.

쉴 새 없이 쏟아 놓는 이야기들의 내용인 즉은

남편이, 시댁 식구들이, 아이들이,,,등등등.

이혼을 하겠다고 단호함을 보이면서도 뭔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팍팍 받았지만

결론은 괴롭단다.

머리가 나빠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듣고 보니 천국에서 사는 것 같기도 했다.

 

가만,

나의 고민이 무엇인고?

남편이?

아이가?

시댁 식구가?

아님 부모 형제가?

.

.

.

없다.

오직 영화와 내 문제 뿐이다.

신과의 문제도 과거로부터의 탈피하고자 하는 문제도

내 삶과 생활, 관념과 의식이 전부다.

물론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무엇이 더 크고 작다고 말 할 수는 없으나

그들의 말에 의하면 난 천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친구, 애 셋이 대학생이면 일년 학비만 일단 3천이 넘고

거기다가 기타등등.

생각만해도 힘들 것 같다.

내가 말했다.

"야, 난 돈 많이 버는구나. 안 쓰는 것도 버는 것 아니냐?"

둘이 피식피식 웃었다.

새벽 4시가 넘도록 일종의 하소연을 들어 줬다.

그렇게라도 풀어야지 생각했다.

그 사주팔자 풀던 선생의 말처럼 부모 복, 남편 복, 형제 복, 자식 복은 없지만 친구나 선후배 복은 많다고 말 했듯이

내겐 보석 같은 친구가 3명이 있다.

보통은 친구라면 티격태격도 하고 지낸다지만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친구들이다.

내 가족만 빼고( 내 가족이야 나조차도 만나기 어려웠으니까) 서로의 가족까지도 다 잘 알고 지낼 만큼.

내 집 물건이 어디 있는지 나보다도 더 잘 알고

마치 피 붙이 처럼 서로의 생일이나 명절 때 단 한번도 모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선배 동료 후배가 또 5명이 있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 항상 위로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대해주는 친한 사람들도 꽤나 된다.

복 받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친구의 말처럼 천국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다.

천국에 살면서 천국인 줄 모르고 살았다.

 

그나저나,

어째서,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다 내게 말을 하는 것일까?

주제에 뭘 안다고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냐? 사느라고 애 썼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 말과 함께

해결책을 주지도 못하고 겨우 어깨나 토닥이며 단지 들어 주는 것일 뿐인데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는 것일까?

그렇담 그 친구는 위로가 되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일생에 싫어하는 일 가운데 하나인 쇼핑을 했다.

어니언 베이글이랑 에스프레소 커피를 사왔다.

빵 중에 바케트, 베이글, 피칸파이, 고로케를 그나마 먹는다.

다른 건 동네 제과점에 다 있지만 베이글이 없어 눈에 보이는 김에 사왔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원래 마시지 않았는데 괜히 선물 하나 받은 관계로다가 인이 박혔는지 마시게 됐다.

쪼그리고 앉아서 알 커피를 갈고 있는데 지나가던 여자 두명이

"아,,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 숨통이 다 트이네요.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내 옆에 한참을 서 있었다. 

웃어 줬다.

 

커피를 내리고 있다.

집 안에 커피 냄새가 진동을 한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잘 못 자는 잠.

하여, 이변이 없는 한 외박을 안하는데 잠자리를 바꿔서 그런지 거의 밤을 꼴딱 새서 그런지 피곤하다.

저 커피가 다 내려지면 마시고 좀 누워야겠다.

 

그런데,

나는

누구한테 말을 해서 위로를 받지?

까짓거, 뭐 내가 해 주지.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금방 괜찮아 질거야!!

 

천국에서 사는 기분,

정말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오석준 -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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