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강학희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꽃만 보느라
꽃이 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람이 있는 동안은 웃음만 보느라
가슴 뒤에 슬픔을 보지 못했다
사람이 가고 향기만 남았을 때
그 미소가 배려인 줄 알았다
수많은 날 돌아서야만 하는 우리
떠나가도 곱게 기억되는 싶은 마음이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나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 하나 남겼으니
그 족적이 부끄럽고
내가 남긴 상처에 덧대지는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생각하면
아리다.
상상과 현실의 간극이 주는 낙차
이는 곧 절망임을 알기에
주고 받음 없는 지금
평화를 얻고자함을 빙자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
얼마나 더 깊어져야
정 하 해
사람이 사람을 다 읽어내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비워야 하며
얼마나 더 깊어져야 하는 걸까
풀잎처럼 가벼워지면
들꽃처럼 욕심없이 살면
아니면
저 하릴없이 일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우면
그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노릇 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며
얼마나 자신을 버려야 하는지
아무렇게나 태어나
살붙이 같은 꽃 하나 피우기 위해
풀들은 제 가슴을 찢어내겠지만
사람인 나는
아름답기는 커녕 꽃 같은 꽃 한 번
제대로 피우기 위해 얼마나
불어터진 세상을 훔치며 살았는지
가만히 돌아보면
나의 수면은 고요한데 그 깊은 속내는
한없이 출렁이고 있다
왜 일까
일생을 반성의 하루처럼 걸어왔는데
아직도 누군가를 용서 할 일이 남았는지
아득하여라
*
남은 생엔
용서 할 일도
용서 받을 일도
없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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