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앞과 뒤/강학희

monomomo 2007. 3. 15. 12:07

 

 

앞과 뒤/강학희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꽃만 보느라

꽃이 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람이 있는 동안은 웃음만 보느라

가슴 뒤에 슬픔을 보지 못했다

 

사람이 가고 향기만 남았을 때

그 미소가 배려인 줄 알았다

 

수많은 날 돌아서야만 하는 우리

떠나가도 곱게 기억되는 싶은 마음이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 하나 남겼으니

그 족적이 부끄럽고

내가 남긴 상처에 덧대지는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생각하면

아리다.

상상과 현실의 간극이 주는 낙차

이는 곧 절망임을 알기에

주고 받음 없는 지금

평화를 얻고자함을 빙자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

 

얼마나 더 깊어져야

                          정 하 해
  
  
사람이 사람을 다 읽어내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비워야 하며
얼마나 더 깊어져야 하는 걸까

 

풀잎처럼 가벼워지면
들꽃처럼 욕심없이 살면
아니면
저 하릴없이 일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우면

 

그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노릇 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며
얼마나 자신을 버려야 하는지

 

아무렇게나 태어나
살붙이 같은 꽃 하나 피우기 위해
풀들은 제 가슴을 찢어내겠지만

 

사람인 나는
아름답기는 커녕 꽃 같은 꽃 한 번
제대로 피우기 위해 얼마나
불어터진 세상을 훔치며 살았는지

 

가만히 돌아보면
나의 수면은 고요한데 그 깊은 속내는
한없이 출렁이고 있다

 

왜 일까
일생을 반성의 하루처럼 걸어왔는데
아직도 누군가를 용서 할 일이 남았는지

 

아득하여라

 

*

 

남은 생엔

용서 할 일도

용서 받을 일도

없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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