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나가서 무척이나 비싸고 맛난 밥을 먹었다.
친구의 결혼 기념일.
남편이 골프를 치러 가서 낮밥을 같이 먹자고해서.
참나,
결혼 기념일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나 밖에 없었나? 싶어 물었다.
"아니, 그놈의 골프는 오늘 하루 안치면 안돼?"
"요즘 날씨가 골프 치기 딱 좋잖아"
"하긴"
남편의 평균 퇴근 시간은 11시, 출근 시간은 8시.
토. 일요일은은 거의 골프.
토요일 오후나 아니면 일요일 오후.
일주일에 딱 반나절 자기랑 놀아 준단다.
애 하난 군대가고 하난 고3.
"어차피 혼자 사는 거야. 결혼을 했던 안 했던, 애가 있던 없던, 사는 것은 자기 혼자인거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안다.
어찌나 똑 부러지게 무서운 친구인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따윈 절대 하지 않는 친구다.
하여, 쓴소리를 듣고 싶을 땐 꼭 그 친구를 찾는다.
쓴소리라기 보다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라고 말해야 더 옳다.
아끼지 않는 사람에겐 절대 할 수 없는 말이 듣기 힘든 말이라는 걸 아니까
절대적으로 내편이지 않는 느낌을 주는 거북살스러운 이야기도 턱턱 내 밷는 그 친구가 좋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그 친구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보자, 밥먹자, 산에 가자, 전시회 가자, 공연장 가자, 많이도 끌고 다녔다.
지금까지 김치 한 번 안 담궈 본 친구다.
수학 선생이던 그녀는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을 하고 선생을 그만 뒀다.
신혼 시절 어느날, 남편이 요리를 못한다고 궁시렁 댔단다.
바로 따졌단다.
"난 앞으로도 요리를 못 할 것이고 부엌에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거 빼곤 다 잘할 수 있다. 요리는 당신과 내가 사는 한 평생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니 내가 요리를 못해서 문제가 된다면 지금 헤어지자. 아니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요리로 인한 일로 내게 말해서 스트레스 주지 마라."
그렇게 포고령을 내리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산다.
다행이 남편은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거의 없이 바빴고 돈도 잘 벌어 구지비 직접 요리를 해야 할 일도 없었다.
"내가 요리 빼고 못 하는게 뭐 있어? 안 그래?"
"그래"
밥을 먹고 있을 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괜히 나 때문에 서두르다 사람들 기분 망치지 말고 편히 놀다 와요. 난 지금 친구랑 점심 먹거든. 우린 저녁 먹으면 되지 뭐,,,란다.
소주 한병을 시켜 반식 나눠 먹었다.
전시회장 몇 곳을 둘러보고 들어 왔다.
시골에선 쓰레기 취급을 하던 물건들이 고가구입네 어쩌네 하고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하는 걸 봤다.
임자를 잘 만나야 빛을 본다는 말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다 맞는 말 같은데
왜 사람은 나이가 들면 대우를 못 받는지,,,
나이가 든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난 참 좋다.
욕심이 있다면 그렇게 늙고 싶건만,,,,쩝.
*돌아서서 가는 친구의 궁뎅이에 살이 올라 있었다.
50 킬로그램은 유지 하겠다고 하루에 다섯끼씩 죽어라고 먹어댄 결과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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