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힘을 주는 순간 코피가 툭 터졌다.
되게 앓고 나면 항상 터지는 코피다.
몸이 안 좋으려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단 편도에서부터 신호를 보낸다.
어려서 잔병치레를 다 해버려서 그런지 어른이된 후론
목디스크 때문에 팔 아픈 것 빼고는
크던작던 황소 강골처럼 씩씩하게 아픈데 없이 잘 살았다.
그랬었는데 작년부터 왠지 여기저기가 좀 소란스럽다.
하긴, 정작 먹어야 할 건 안 먹고 먹지 말아야 할 것들만 골라골라 먹었으니
안 소란스러우면 이상하지.
지난 1년 동안 아팠던 문제는 그냥 아프기로 작정을 하고 내쳐 뒀다.
헤어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픈데로 흘러가기로 했었다.
헌데 죽을 것도 아니면서 죽을 것 같은 맘으로 산다는 것이 벅찼다.
맨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었다.
남들은 어떤식으로 고민을 하는지 몰라도
난 정말 정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꼼짝도 않고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타입으로 고민을 한다.
걸리작 거릴 아무런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슬슬 벗어나고 있다.
아니 벗어났다.
그 칠흙같이 어둡던 문제로부터는
이젠, 오직 기도만 하면 된다.
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코피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상황 종료를 알리는 길조다.
볼일을 보던 상황에서 떨어지는 코피를 어찌 할 길이 없어 손 바닥에 받았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보던 일을 중단한다는 것은 한번도 안 해 본 상황이라서 그런지 마져 봐야 할 것 같아 멈출 수 없었고
상황과 상관없이 뚝뚝 떨어지는 코피를 멈추게 할 방법도 없었다.
색깔이 죽였다.
피 비린내가 볼일의 결과물과 섞여 묘하게 어우러졌다.
하하하하
우습다.
볼일을 다 보고나자 손 바닥에 떨어졌던 피는 응고가 되어 있었다.
그냥 찍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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