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황소인 줄 알고 있었다.
며칠씩 밤을 새도 끄덕없는 강철 체력을 가진.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알아서 체력 안배도 잘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고 사실 그랬다.
어허어허.
그런데 이젠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젠 몸이 으실으실해서 약을 종류 별로 한 웅큼 먹고 잤다.
아침에 헤롱헤롱하는 몸을 이끌고 나가려 하니 가기 싫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무엇이 나를 그리로 이끄는지 가기 싫은 마음을 가득 담고 선원엘 나갔다.
일생에 싫어하는 말.
해 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어랍셔, 이뭣고 화두타파가 내게 있어 그런 것 같다.
스타일일까?
믿음이 없어서일까?
별별 생각을 다 해봐도 모르겠다.
거기서 말하기를 그런 생각 조차 들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분별은 고사하고 변별력 조차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10시간씩 좌선을 한다는 것은 차라리 노동을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차피 하기로 한 것이니까 하기는 하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가슴이 뻐근하게 옭죄 오는 게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게다가 이가 안 좋은 상태에서 시작을 해서 그런지 아예 온 이가 다 솟구쳐서 물 마시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저녁 공양을 다섯시 삼십분에 마치고 운동 삼아 산책을 했다.
가회동 한옥들을 보면서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핀 꽃들과 흡반에 온 전신을 다 기댄채 담에 기대 올라 잎이 무성하게 자란 담쟁이 넝쿨들을 보면서
어찌 하여 너희들은 그렇게 열악한 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느냐? 물어봤다.
대답은 물론 없다.
그렇게 살라하니 이렇게 산다? 뭐 이정도.
같은 담장 같은 줄기에서도 저리 다르게 자란 모습 담쟁이
선원으로 들어 오기 직전
재미난 치과 하날 발견했다.
무작정 들어 갔다.
한옥으로 된 치과 안엔 최첨단 기계들이 있었다.
"이가 다 솟아서요"
생각만 해도 무서운 치과 의자에 앉아 입을 벌렸다.
의사는 이를 쇠꼬챙이로 꾹꾹 눌러 봤다.
왼쪽 마지막에 있는 사랑니가 위 아래로 흔들리는데 어쩌면 하악 뼈가 녹아내렸을지도 모르니까 엑스레이부터 찍고 치석 제거부터 하고 잇몸 치료를 하잔다.
그러마고 했다.
저 그림을 보고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해 주지만 대충 그런가부다 하고 알아 듣지는 못하겠었다.
다행이 뼈가 녹아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럴 조짐이 보인다고. 뭔 구멍이 생겼다나 어쨌다나.
어쨌든 치석 제거를 했다.
처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질나게 아팠다.
내일은 더 깊숙히 한다나 어쩐다나.
이 보다 더 깊게라면 더 아프단 말인가?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우수운 생각을 했다.
치석을 제거했으니 이뭣고가 더 잘 될지도 몰라.
하하하.
그 생각 끝에 혼자 어이없어서 웃었다.
담배를 한 대 폈다.
깨끗하게 치석을 제거 한 뒤 피는 담배의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별반 다를 바도 없었지만 느낌은 상쾌했다.
치석 제거를 하고 잇몸이 아리아리해서 선방에 들어 가기 전에 잠시 거기서 봉사 하시는 보살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고 왔노라고.
헉,
혼났다.
원래 화두 공부를 하면 온 에너지를 다 쏟아서 하기 때문에 몸 안 좋은 곳에 명현 반응처럼 더 아파 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온 이가 다 솟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뭐든 시작하면 죽어라고 뽕을 빼는 드런 성질 어디 가나? 생각했다.
화두 공부를 하고 나면 미역국을 끓여 먹어야 한단다.
애 낳는 것처럼 힘들다고 했다.
하여 그 공부를 끝내면 아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갖 태어난 아가같은 마음이 된다고해서 그리 부른다고 한다.
안 그래도 아가라는 소릴 듣는데 여기서 더 아가 소릴 들으면
이제 응애응애하고 울어야 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 보살님 왈
"절 집께나 드나들었겠어요."
"아뇨."
"절밥 좀 먹은 거 같은데?"
"아닙니다. 첨입니다."
"어,,이상하네. 왜 그렇게 보일까?"
"아,,중이 되고 싶었던 적은 많았죠. 그리고 전생이 파계승이었대요"
"아,,,어쩐지, 자리 펴면 영하단 소리 좀 듣겠어. 돈 좀 벌겠는 걸?"
헉,
왜 이런다냐들.
내 얼굴 어디에 그런 모습이 숨어 있길레 그런 소릴 자주 듣는지.
이러다 정말 어디다 자리 펴고 요령을 흔들면서 작두를 타게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이 생에선 일어나면 안될 일이다.
12명이 또 빠져 나갔다.
남들은 잘도 하는데 난 왜 안되는지,,,안 되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조바심은 없었다.
세상 것 좋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잖는가?
하여간 자위하고 타협하는덴 도통 한 것 같다.
못하는 것도 있지 뭐.
하지 못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등등,,,
치사하다.
여우처럼 야곰야곰하는 맛도 괜찮을 거야.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진가를 맛 보았는가? 아님 겉만 핧았는가?
빠른 것만이 대수가 아니잖는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수없이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는 생각들을 뒤로하고
철야를 할까 하다가 내일을 생각해서 9시가 되자 칼처럼 나왔다.
화두 타파를 했다고 해서 쓸쓸함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꼭 무슨 도통을 바라거나 업 닦이를 하고자 그런 건 아니지만
기쁨과 환희가 매미 껍질 벗듯이
몸과 마음의 가벼움이 새의 깃털처럼이라는
그 느낌, 깨달음의 순간을 체득하고 싶다.
오르가즘을 아는 문제와는 다른 문제이므로.
-오르가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고 살았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으므로.-
*재즈 카페님의 댓글이 은근히 궁금 해진다.
과연 어떻게 걸고 넘어지실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하하하.
*키달아찌님(영화쟁이 맞습니다. 정신건강 세미나란 목적을 가지고 프로필 공개했어요.), 비허니님, 충고대로 치석제거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