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실패했지만
어떤 경지까지는 갔다고 스님이 말씀 하셨다.
내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본다.
그리고 실패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결코 자위가 아니다.
왜냐하면 난 가르침대로 따르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가르치기를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더하기 빼기를 마치고 나야 곱셈을 하는 거 아냐?라고.
하여 내 안에 들끓는
모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알고 있는 이것이라도
나름대로 정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나 아닌 그 누군가의 힘에 의해
벽을 바라보고 하루 10시간을 앉아 뭔가에 몰두 한다는 일을
결과의 승패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군인 제대날 세듯
당골네가 근사하게 차려진 상을 보고 읊조리는 "날만 세면 내것이다"라고 공염불을 하듯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가 주었다.
시간의 흐름을 통으로
정말이지 온몸으로 흡수하며 시시각각 느낄 수 있었다.
막말로 나는 놀았다.
정작해야 할 짓은 하지 않고 끝없는 해찰 속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해찰을 올곳이 하기에도 열흘은 좀 긴 시간이었다.
하다하다 지쳐서 수없이 덥치는 상마들을 뚫고 정좌를하고 화두 집중을 해 봤다.
와,...
3일째 되던 날부터
이가 다 솟았고
그 다음날엔 몸이 묵지근하니 아팠고
6일째 되던 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상상으로만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는 표현하긴 했지만
이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정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제껴진 상태에서
숨을 쉴수 없어 어느 몸 하나 내 것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슬픔도 없고 기쁨도 없고 그냥 눈물이 흘렀다.
그러니까 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흐른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원통형 굴 같은 곳으로 흘러 나오는 밝은 빛에 끝없이 빨려 들어가면서
잡힐 듯 잡힐 듯 다다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거기서 툭 하고 떨어졌다.
나락의 늪으로 빠진다.
정말 이말의 느낌을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머리로,,상식으로,,사전적 의미가 아닌 체득.
다시 끌어 올리기까지 좀전 것을 상상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그 경지가지 가지질 않았다.
"그냥 해라, 잡념이 생기면 생기는 것을 같이 하면서 해라. 무시하면서 해라. 넌 너고 난 나다 그러면서 해라. 죽기 살기로 해라. 하는지도 모르게 해라. 차가 온다, 비켜야지 생각하는 순간 죽는다. 그냥 무의식 중에 저절로 피하듯이 그냥 해라. 피하는 것을 그냥 했지 생각하고 피하지 않았듯이."
허~~ 말로야 저리 쉬운 것을.
그게 되냐 이말이지.
그런데도 해내고 나간 사람들이 속속 나왔다.
나처럼 미련한 사람들은
똥과 된장을 놓고 이것은 똥이고 저것은 된장이다 라고 설명을 백날 해봐야 모른다.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고 음,,똥이군. 음,,,된장이군. 그래도 알까 말깐데.
그러니 이뭣고 화두도 참가한 것 같으다.
머리 나쁜 사람들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을 깨닫는 사건이었다.
한 때 식탐이 있었다.
연극 연습을 마치고 밤 열시가 넘어 언니 집에 왔을 때(잠시 언니 집에 얹혀 살 때가 있었다)
배가 무좌게 고팠다.
밥을 먹는데 언니의 시어머니가 궁시렁 거렸다.
"뭘 하고 다니길레 이 시간까지 때도 못 챙기고 인자사 밥을 쳐먹는지 끌끌끌"
목소리에 미움이 가득 차 있었다.
그 길로 나와서 하수구에 대고 다 토악질을 했다.
난 밥을 먹었는데 미움을 먹고 있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생각 되어진다.
이 후.
먹는 것에 관한한 담담해지려 무지 노력했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닌 것을.
그러나 어느 한 날부터 무심해질 수 있었다.
먹는 것은 독이다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먹는 재미를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과도 같았다.
적어도 한 동안은.
집 안의 원성도 많았다.
난 영향을 준 적이 없는데
내 뜬구름 잡는 소리에 애들이 혹해서 다 버렸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집 안에 조카 애들이 3명이나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다 나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물었다.
나 때문이었냐라고.
물론 아니라고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네가 그길로 첫발을 내 딛지 않았다면 저 아이들이 어찌 그것을 알았겠느냐고.
어쨌든
4놈이 더 있다.
반대에 부디쳐서 미대로 방향을 돌린 놈들이.
그거나 그거나인데.
뭔 얘기를 하는 건지.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내가 경험한 것을 말씀 드렸더니
스님 하시는 말씀.
거의 다다랐지만
처음부터 다시 하란다.
거기까지 한 것도 잘 한건데
진짜배기 맛을 봐야 하지 않겠어? 란다.
"난 뭔지도 모르고 석달을 헤맸고 할일도 없어서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걸 아는데 일곱달이 걸렸는데 이제 겨우 열흘인데 거기까지 간 것도 대단한거야"
허,,내가 대단한 거면 통과한 스물 아홉명은?
엄청난 사람들이었다.
그랬다.
그건 거짓말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속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속아지지도 않는 문제였다.
몸이 뻣뻣해지고 온통 모든 것이 정지 되는 그 순간에 같이 멈춰서 얼어 붙은 상태에 이르자
갑자기 눈이 떠졌다.
벽이 보이고 머리 위에 있던 어떤 상이 사라지면서
뜨겁게 몸이 달궈지고 땀이 흘렀다.
덥지도 않은데 그랬다.
이상한 몸의 반응을 느꼈다.
내겐 햇볕 알러지가 있다.
햇볕을 쏘이면 오돌토돌한 아주 작은 물집이 생기는 알러지인데
방안에 앉아서 어떤 강한 빛을 쏘인 듯한 느낌을 받고 덥지도 않은데 땀을 비오 듯이 흘린 후
양쪽 귓가에 그런 물집들이 오돌토돌하게 솟아 있었다.
놀라왔다.
헌데 공양을 마친 후 다시 한 번 집중을 하고 그 보다 더 강한 빛을 봤는데
이젠 얼굴 전체에 햇볕 알러지 반응이 생겼다.
이후,
머리 위로 있던 그 환 속의 구멍이 사라지면서 가슴 아래로 내려와
내 눈은 분명 벽을 보고 있는데 동공이 열린 듯 시선의 경계가 사라지고
나를 보고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어깨를 무겁게 짖누르고 있던 무게감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그 때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하나.
"불쌍하구나"
"누가요"
"둘 다"
그리고 끝이었다.
눈물이 나왔다.
역시 우는 것이 아니고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온 촉각이 다 곤두섰는지 눈물에 젖은 내 눈섭이 다 보였다.
돋보기로 일광을 일점에 집중하면 타들어 가듯이 그리 해야 할 일인데
도처에서 고개를 디밀고 올라 오는 잡념에 사로 잡혀 그리 하지는 못했음에도 저기까지 경혐했다.
어줍짢은 소리같으나 나는 안다.
내가 왜 그러지 못했는지를.
어쩌면 그 <용서> 받음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달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자의식이 날 밀쳐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