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살릴 확률 95%

monomomo 2007. 6. 23. 15:31

치료를 받고 버스를 타고 오는데 어느 정거장에서 대여섯살 먹어 보이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탔다.

 

아이: 어머니 여기 앉을께요.

엄마: 응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봤다.

어린 아이가 또 다시 어머니 어쩌고 하는 거였다.

마침 그 아이의 엄마가 다른 아이를 안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 엄마라고 안 부르고 어머니라고 부르나요?

엄마: 예.

나: 아,,예.

엄마: 태권도 도장에서 그렇게 시킨다네요. 첨엔 이상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얘도 따라서 어머니라고 부르는걸요.

 

훔,,,

그렇구나.

잠시 후.

 

엄마: 누구야(이름은 까 먹었음) 네가 몇살이지?

아이: 아홉살이요.

엄마: 아홉살이면 어른이지?

아이: 예

엄마: 그런데 왜 아까 샤워하고 치우지 않고 그대로 뒀지?

아이: ......

엄마: 어떻게 해야하지?

아이: 뒷정리를 스스로 해야 해요.

엄마: 앞으로는 꼭 그렇게 해야 돼? 알았지?

아이: 예, 어머니.

 

헐,,,

그때 엄마의 품에 안긴 또 하나의 더 어린 아이의 질문.

 

아이: 엄마, 그럼 난? 

엄마: 넌 아기가 아니잖아.

아이: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해요?

엄마: 밥을 혼자서도 잘 먹고 정리를 해야지. 아기들이나 엄마들이 밥 먹여 주고 그러는 거야.

아이: 그럼 밥 혼자서 잘 먹고 그러면 돼요?

엄마: 그럼. 몇살이지?

아이: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네살이요.

엄마: 네살이면 아기야? 아니야?

아이: 아니예요.

엄마: 그럼 어떻게 해야한다고?

아이: 혼자서도 밥 잘 먹고 그래야 해요.

엄마: 그래, 그러면 돼.

아이: 그럼 아기는 몇살이예요?

엄마: 세살.

 

아이는 손가락 3개를 펼쳐 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굴려 본다.

 

와..

내게 있어 이런 장면은 직접 목격하지 않으면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장면이었다.

 

4살부턴 아기가 아니다.

흐,,,그런데 난 다섯살 난 아가 취급을 받으면서 살다뉘.

 

그건 그렇고.

치과에서 이 관리 그 따위로 했다고 된통 혼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뭐 쓸만 하단다.

그래도 4개 씌워야 하고 두개 땜빵하고 또 몇개는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시간과 돈이 좀 들지 뭐 상태 이 정도면 양호합니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생각했다.

흐,,성한 니가 거의 없는데도 이 정도가 양호하다면 틀니라도 해야 될 상태가 되어야만 안 좋은 상태인갑다.

이를 빼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안 빼면 될 거 아니냐며 살려 보잔다.

고쳐서 더 쓰다가 나중에 빼도 된다면서 못 살릴 확률 5%니까 살릴 확률 95%를 믿고 해 봅시다.

하하하하.

너무 웃겻다.

살릴 확률 95%

선생님은 진지하게 사실을 말하셨지만 내겐 유모어로 들렸다.

 

 

어찌나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던지 뭘 먹어 볼 양으로 냉장고를 뒤지는데

만만한 것이 미싯가루랑 토마토 쥬스 뿐이다.

누구는 죽을 쑤어 먹어라, 아니면 미역국을 먹어라 하지만

그렇게 부지런 할 것 같았으면,,,

어쨌든 아프긴 아픈 모양이었나보다.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내깐엔 꼭두 새벽부터 병원을 간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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