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에서 친구들이 대거 다녀 갔다.
금요일에 너네 집으로 집합한다는 통고를 받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스케쥴은 묻지도 않고 그냥 들이 닥친다고 하니 조금은 어이가 없긴했지만 실금실금 웃음이 나왔다.
5월에 미숫가루를 다 만든 이후 쌀을 안 키웠는데 덕분에 쌀을 샀다.
이것들이 내가 무수린 줄 알았는지 모조리 드러누워서 꼼짝도 않했다.
낮에 바빴기 때문에 뭐 특별히 준비 한 건 없었지만 감자 깔고 조린 갈치 조림과 불고기와 된장국 그리고 친구가 가져온 묶은 김치로 밥 한상을 차려냈더니 하는 말들이 언제 우리가 이렇게 밥 상 받아 먹어 본 적 있었더냐면서 희희낙낙 좋단다.
약속이나 한듯이 집으로 아들 딸, 그리고 낭군들께 전화를 하고 나서 아침까지 이어지던 자랑인지 흉인지 모를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저렇게들 알콩달콩 사는구나 싶었지만 부럽진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으로 보아 거의 고조선이나 철기 시대적 사고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왠지 뿌듯했다.
누가 해남 촌년들 아니랠까봐 음식하는 이야기도 이씨 조선이요, 남편 이야기도 이씨 조선 뺨치고, 아이들 이야기도 이씨 조선이 왔다가 울고 되돌아 갈 정도로 구닥다리 사고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그래, 니들이 언제 손가락 육갑 안하고 밥 얻어 먹어 보겠냐?
일년에 한번인데 이것 못하리 하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내 먹자고는 절대로 하지 않을 밥을 해서 또 그네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밥을 먹고 또 거실에 조르륵 드러 누워서 밤을 지새면서 이야기를 했음에도 모자랐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데 낭군들로 부터 속속 전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언제 오느냔다.
그중 어떤 친구 전화 내용 하나.
"아,,여기가 좋아서 아주 눌러 살라고 그러는데 내 짐싸서 부쳐"
잠시,,
혼자 마구마구 웃더니 전화를 끊더니 하는 말.
"니 짐 나까지 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테니 기다리라고 한다야"
일동 웃음.
그렇구나, 남편은 아내의 짐.
하하하.
빨래 걸이에서 옷 좀 개라고 걷어 던져 줬더니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빨래를 개다가 빨래 너는 법, 개는 법을 가르쳐 준다.
낡은 옷들은 지들이 알아서 다 버리고 난리가 났다.
안 방 컴퓨터가 있는 책상을 못 만지겠다고 하면서 그건 나더러 하라며 한 친구가 베란다에 나가서 물 청소를 하고 정리를 말끔히 하자 다른 친구가 부엌을 담당해서 치운다.
또 다른 친구가 내 방 책꽂이 여기 저기와 화장대 앞을 치우고 거실 책장과 책상 앞을 치운다.
청소 도중 내가 유일하게 조금 다룰 줄 아는 하모니커를 꺼내 불어 보기도 하면서 정리 할 생각 하지 말고 제자리에만 놓아도 된다고 잔소리도 곁들이며 여러명이 정리를 하니 순식간에 우리집 아닌 집으로 변했다.
이들 눈엔 내가 거의 날 철부지로 보이나 보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들은 갔다.
단지 하룻밤 다녀 갔을 뿐이고 늘 혼자였던 집인데도 집이 텅 빈 것 같다.
집이 흔들렸으니 일단 적응을 하기 위해 잠을 자기로 했다.
....
아무리 복숭아 좋아한다고 오는 애들마다 복숭아를 짝으로 들고 와 복숭아가 냉장고 안에 세박스나 있다.
아무래도 이 며칠 간은 복숭아 응가만 할 것 같다.
김만준-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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