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가 발명을 낳는다 했다.
엘리베이터 숫자 누르는 걸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숫자를 눌러 놓고 층마다 서서 혼난 다음에 한 번 더 누르면 다시 원상복귀 되는 걸 발명했다.
눌렀다 다시 누르면 안 눌러진 상태로 된다면 숫자 누르는 기쁨도 만끽 할 수 있고 혼나야 하는 무섬증에서 벗어 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한 필요가 낳은 발명품이다.
덕분에 특허를 받아 돈도 벌고 일상 생활에 널려있는 엘리베이터 숫자 버튼을 잘못 누른 어른들도 다시 눌러 고칠 수도 있어서 좋다.
어쨌든, 기계치인 내가 컴퓨터를 다루다보니 이거저거 만지게 됐다.
때로는 고치기도 하는데 뭘 어찌해서 고쳐진지 몰라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도 그 정공법은 모른체 아무거나 누르고 뺐다 껐다 하다 하다보면 아주 엉망이 되기도 한다.
노트북 자판이 튀어 다녀 이 번 일을 하는데 아주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뭘 알아야 부품을 사던가 말던가 하고 늘 봐주던 아이가 아니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맘에 안 맞으니 기다릴 밖에.
사무실 가서 컴퓨터를 들고 와? 아님 그냥 꾹 참고 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비 맞은 중마냥 궁시렁 거린다.
마치 화두를 든 사람처럼 그냥 하는 거야. 무조건 하는 거야. 자판 튀는 거 원래 알았잖아.
누가 보면 미친 줄 알고 119 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글을 쓴다고 꼼지락 거리던 조카가 미국으로 시집 가기 전에 사용하던 컴퓨터 한 대가 언니네 집에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밥 먹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지만 바쁜척하며 안 간다고 튕기던 내가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밥을 두어 숟갈 뜨고 시시껍절한 이야기 좀 나누다가 컴퓨터 내가 가져가야겠다고 하니 가져 가란다.
조카가 실어다 식탁에 설치 해 줬다.
안 방 책상에 고장난 컴퓨터 한 대, 거실 상 위에 자판이 튀 다니는 컴퓨터 한 대, 가뜩이나 정리 잘 된 집 안 꼴이 가관도 아니다.
으흐흐흐.
그런데 식탁에 설치한 컴퓨터가 년식이 글세 2001년 것이었다.
접속을 해 보니 세상에나 펜티엄3에 램이 64.-요즘은 보통 시피유가 듀얼 코어에 최소한 램이 1~2기가임-
컴퓨터 켜고 창 하나 띄우는데 족히 오십만년은 걸린 것 같다.
쩝,
박물관에 기증하면 자자손손 전설로 이런 컴퓨터가 있었다라고 교육용으로 쓰일만한 기능을 가졌다.
그냥 덮었다.
자리만 차지한 셈이다.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언젠가 누가 노트북에 키보드 다른 것은 부착해서 쓰는 것을 본 기억이 떠 올랐다.
손이 작아서 그런지 아주 작은 키보드를 사용하는 아이였다.
노트북 뒷통수를 둘러 보고 궁뎅이도 들춰 보고 살피다가 혹시나 싶어서 마우스 꽂았던 곳에 마우스를 을 빼고 데스크 탑 키보드를 꽂았더니 맞았다.-난 노트북에 마우스를 꽂아서 사용한다-
그리고 유에스비 짹에 데스크탑에서 빼 온 마우스를 꽂았더니 세상에나 느므느므 잘 되는 것이었다.
아싸아~~!
드디어 나도 발명은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 기계를 짜깁기 해서 물건을 만든 셈이다.
지금은 덕분에 안 튀어 다니는 키보드로 블로그질을 하고 있다.
좋다.
으허으허.
그런데 다 좋은 것만은 아닌 듯.
빼도 박도 못하게 숙제에 매달려야 한다.
키보드가 말을 안 들어서라고 만들어 놓은 핑계거리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핑계거리가 없냐?
아니다 있다.
눈과 모니터가 거리가 멀어지니 이제 글자가 잘 안 보이고 아른아른 거려서 말이지,,,,
으흐흐흐흐.
우야둥둥 그래도 돌 머리도 굴리면 뭔가를 해 낼 수 있다는 걸 발견한 위대하고 역사적인 날이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희대에 없는 이 컴퓨터 모양새를 찍어 올릴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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