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카메라를 돌린 후
너덜너덜한 카메라 안에서 혹시나 싶어 메모리 칩을 빼 놨다.
조카가 가져갔는데 세상에나 사진이 살아 있었다.
쨔샤.
지가 무슨 종군기자라도 되는 냥.
살신성인하면서까지 기록을 남겨 두다뉘.
그 마지막 컷 기념으로 올린다.
텃밭에 갔다가 오던 길에 포장 마차에 앉아 한 잔하다 지는 노을을 찍었다.
근사하진 않지만 이 놈이 남긴 마지막 기록이라서.
집 안에서 찍은 마지막 기록도 올린다.
거실 앉은뱅이 책상 위 책꽂이
침대 옆 협탁 꼬마 책꽂이
왜 저것들을 찍었는지는 모른다.
녀석이 가기 전에 남기고 싶었을지도.
그리고 진짜 이 놈이 찍은 마지막 기록.
잘못 눌러 찍힌 컷도 올린다.
재밌다.
이게 뭘까?
전문가가 아니라서.
뭘 찍다 이런 게 찍힌지 절대 모른다.
Def Leppard - Foolin'
갑자기 어제 만난 이와 나눈 어떤 대사가 떠 오른다.
맨 첨엔 늙은 아줌쒸라서 놀랐다더만
우리 집에 갔을 때 예술가랍시고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아서 놀랐단다.
-예술이라 생각하고 일을 안해서뤼. 내가 가장 즐겁게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음.
구질구질.
하하하하.
구질구질 대왕마마를 자처하는데
다행히 그 땐 친구들이 와 청소를 깨끗이 하고 간 다음이라서
그나마 집 안 꼬락서니 폼세가 달리 느껴졌을지도.
어젠 아마도 술을 느므느므 마이 묵어서 취한 나를 보고 또 놀랐을 것이다.
아침에 통화를 하고 안 사실이지만
그 취중에 부침개를 챙겨줬다는 것에 대해선 나도 놀랐다.
기억에 없다.
취중이나 안취중이나 뭐 퍼 주는 것은 어디 안 가나보다.
정작 퍼 줘야 하는 건 나일지도 모르는데
나 빼 놓고 퍼 줄 수 있는 건 다 퍼주니 원.
아직 날 퍼 줄 인사를 못 만난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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