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돌아 왔다.

monomomo 2007. 11. 1. 12:50

집에 왔다.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피곤에 쩔어 왔다.

아침 9시부터 움직여서 오밤중까지 떠돌아 댕기다 왔다.

보통은 완벽한 스케줄에 따라 시간차 공격을 하면서 움직였는데 무작정 발 가는데로 돌아 댕겼다.

그 동안 살아 온 날들이 여관 잠, 식당 밥 먹어 가며 떠돌이 인생이라 길바닥에서 보낸 세월이 더 많았지만 이번 출장은 좀 색달라서 그런지 몹시 힘들고 피곤했다.

쌍화차 마셔가며 남도 쪽을 이 잡듯이 뒤지고 왔다.

꿈같이 아득하다.

마지막으로 아부지 기일에 맞춰 집에 들러 추도예배를 보고 왔다.

90 노모는 거의 기다시피하며 겨우겨우 움직일 만큼 다리가 몹시 불편했다.

수술도 할 수없는 나이라 그냥 진통제로 견뎌야 한다고 병원에서 그런 모양이다.

안아서 자리 좀 바꿔 드리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도저히 들 수가 없어 못 해드리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40킬로가 안 나갈 것 같은데 그 작은 체구가 어찌 그리 무겁든지.

모르긴해도 삶의 무게가 아니고서는 들려지지 않을리가 없었는데.

쩝,

마당 텃밭에 있는 감나무에 단감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아니면 딸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나무에 올랐다.

예전에 한 번 감을 따다가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떨어져 사다리 사이로 내 동댕이 쳐져 다리를 삐어 절름발이로 몇달을 보내고 눈 바로 옆 1밀리를 사이에 두고 감 나무 가지에 찔린 후, 감 아니라 감 할애비래도 나무에 오르지 않기로 결심했건만 어쩔 수 없었다.

으흐흐흐.

무좌게 조심을 했건만 이번에도 가지 끝에 달린 감을 따려 발을 딛는다는 게 마른 삭정이였는지 또.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나고 다리에 가랫톳이 서고 떨어지기 직전에 움켜 쥔 나무에 매달려 어찌나 힘을 줬는지 두 팔에도 가랫톳이 섰다.

아무래도 명이 길려나 보다.

 

회의 때 보고해야 할 준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언제 준비 된 인생을 살었던가?

그냥 닥치는대로 할 것이다.

 

끝이 보인다.

수 천만 번을 생각해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출장이었다.

즉, 재미 없었다는 얘기다.

출장 느낌은 차차 정리하기로 하자.

 

Alabama - Pony Express